합리적 모순
합리적 모순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1.04.0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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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활을 쏜다는 것은 화살을 시위에 메겨 줄을 당겼다 놓음으로써 화살을 밀어내 날려 보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시위를 건 쪽의 팔은 당겨야 하고 활을 든 쪽의 팔은 밀어야 하는 반대작용을 해야 한다. 오른손잡이인 내 경우는 외팔은 최대한 쭉 펴 밀어내고 오른손은 줄을 힘껏 당겨야 한다. 이때 양궁은 줄이 턱이나 코끝에 닿게 당기면 되지만 국궁은 귀까지 당기니 한 뼘은 더 당기는 셈이다. 밀고 당긴다는 모순의 작용에 의해 힘이 발생된다. 물론 당기기만 하거나 밀기만 해도 힘이 생기기는 하지만 밀고 당기는 것에 비하면 그 파워는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다. 흔히들 활시위를 당긴다고들 하는 데 정확한 말은 아니다.

당기고 미는 가운데는 몸이 있다. 몸은 중심이다. 미는 힘만 강하고 당기는 힘이 약해선 안 된다. 반대로 미는 힘이 약하고 당기는 힘만 강해도 안 된다. 양팔에 고르게 힘을 균형 배분한 가운데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씨름경기에서 힘만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씨름은 몸의 중심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중심이 흔들리면 균형을 잃고 아주 작은 힘에도 무너지게 된다.

어릴 적 유난히 키가 크고 덩치가 컸던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씨름을 했다. 처음 씨름을 시작할 때 왜소한 아이들한테도 힘없이 넘어지곤 했다. 힘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번번이 패했다. 5학년 때 새로 부임해 오신 코치선생님은 유도 4단이셨다. 경기 하는 내 모습을 보곤 “너는 몸도 좋고 힘도 있는데 중심을 못 잡는다.”며 씨름의 자세와 중심 잡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안정된 중심은 완벽한 수비 형태가 된다. 그리고 천천히 상대의 중심을 흔들다가 기회가 오면 기술을 거는 것이다.

요즘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로 정치권이 뜨겁다. 당을 떠나서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 우파라며 서로 갈라져서 싸우는 형국이다. 먹고살기 바쁜 젊었을 땐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냈는데 이 지음엔 자꾸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내 사고로는 서울시장은 진보가, 부산시장은 보수가 유리할 거로 생각했는데 여론 조사를 보면 그렇지도 않으니 내가 틀렸을까? 과거 한국정치를 돌아보면 대구를 중심으로 영남은 보수. 광주를 거점으로 호남과 서울·경기는 진보. 보수와 진보 중에 누가 더 유리한지 알아보고 찍는 무당층이라고 할까, 중도라고 할까, 충청, 강원이 아닌가 싶다. 또 젊은이들은 진보. 노년층은 보수라고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보수와 진보. 무조건 자기들 이야기만 옳다고 주장하고, 반대하면 적으로 규정해 버리는 경향들이 있다.

고향 사람들은 중도 혹은 무당층이 많다고 한다. 예부터 우리 고장은 백제 신라 고구려가 뺏고 빼앗겼던 격전지였다. 수시로 나라가 바뀌니 확실히 이쪽에 설 수도 저쪽에 설 수도 없었던 곤란함이 만들어 낸 결과다. 속설에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곤란함 때문에 말조차 느려졌다고도 한다. 최전방 지역민들의 고충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현명함이 아닐까 자위해 본다. 선거 전문가들은 충청도에서 이기면 이긴다고 말한다. 어차피 영남 호남 갈라져 있고 중도층인 충청도 사람을 움직이면 이긴다는 나름의 일리 있는 말이다. 중심 서 있는 고향사람들이다.

활은 전신운동이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단순히 왼팔은 밀고 오른팔로

당기는 것이 아니다. 발, 다리, 엉덩이, 허리, 어깨, 목 등 신체 골고루 힘이 가해진다. 그리고 양팔을 밀고 당긴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나 양팔을 벌리는 것이다. 몸이 중심이 되어 고루 힘이 가해지며 시위를 놓을 때 안정적으로 화살은 정확히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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