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산과 화양동
도명산과 화양동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1.03.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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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봄이 산과 계곡, 산사에 찾아왔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배낭을 꾸려 화양동을 갔다. 화양구곡의 첫 번째 명소 경천벽을 비롯해 운영담, 금사담, 읍궁암,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이 맑은 계곡물과 그 자태를 보여주는 곳이다.

길옆으로 늘어선 아름드리나무들은 웅장하고 질서있는 그림자로 쉬어가는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제2교를 건너면 운영담이 있고, 이어서 여관, 식당, 상가가 늘어서 있는데 아직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한가로운 편이다. 상가 앞에는 흰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금사담이다. 일찍이 우암 송시열이 이곳의 물과 계곡, 울창한 숲의 어우러짐을 사랑하여 오랫동안 은거했다 하니 그 유래를 능히 알만 하다.

금사담 건너로 채운사(일명 환장암)의 목탁소리는 은은함이 계곡물 소리와 함께 속진에 찌든 나그네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듯 하다. 고려 충숙왕 때 도일선사가 창건했다고 하는 채운사는 예부터 절은 아무 곳에나 세우지 않았다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생각할 때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곳에만 자리 잡았음을 짐작케 한다. 채운사는 우암이 조선 숙종 때 명나라 황제가 쓴 글씨를 받들어 이곳 큰 바위에 새기고, 스님들을 모아 암자를 이루었다고 해서 환장암이라고 불렀다.

제3교, 다리를 건너면 도명산 기슭에 모지고 평평한 바위가 첩첩이 쌓여 있는데 그 위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어 첨성대라 한다. 그리고 다리를 내려서서 남쪽으로 1백여미터 올라가면 파천이다. 여름이면 인파가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도명산은 이곳에서 서쪽 산기슭에 난 오솔길로 오르게 된다.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 고조의 세숫물에 이 산이 비추었다고 해서 낙영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산세가 험준하기로 알려졌으나 등산로는 괜찮은 편이다. 초입의 오솔길을 지나면 오를수록 차츰 길이 가파르다. 암벽이 우뚝우뚝 서 있어 제법 땀이 흐른다. 경사진 암벽을 몇 차례 오르니 하늘을 받친듯한 큰 바위가 있다. 이것이 정상 바로 밑에 자리 잡은 도명산 마애불(삼존불)이다. 팔부능선 상에 선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은 높이 50미터, 폭 20미터로 하나는 잘 알아보기 어렵지만 둘은 선명하여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한다.

마애불 밑에는 사시사철 그 양이 변하지 않는 물의 신선한 맛이 상당한 옹달샘이 있어 여기에 오르는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준다. 바위는 삼면이 둘러싸여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주고, 비가 내리면 몇 사람쯤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마애불 건너편 앞쪽에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쭉 뻗어내린 아름다운 바위가 있으니 기차바위다. 마애불 앞에서 준비해간 중식을 하고, 곧바로 위쪽으로 조금 오르면 산 정상이다.

하산은 마애불을 지나 서북쪽 오솔길로 나가서 능선에 오른 후 화양구곡의 파천으로 내려가는 길과 사담 공림사쪽으로 가는 두 갈래 길에 들어서는데 택일할 일이다. 화양계곡 쪽은 쉽게 내려갈 수 있으나 공림사 길은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 문장대(속리산)가 보이는 길을 따라간다.

이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을 걸어가게 되고 길지 않은 시간이면 공림사에 들어설 수 있다. 신라 경문왕 때 지어 6.25 전쟁 때까지 8채의 건물이 있었으나 공비들에 의해 없어지고, 1966년에 지은 법당과 건물들이 있어 천년사찰의 역사를 가늠케 해준다. 길옆 시냇물에 피로를 푸는 여유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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