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콜린스의 망조 5단계
짐 콜린스의 망조 5단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3.28 19:5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4.1%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도 가파르다. 28.1%에 그쳐 국민의힘(35.5%)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같은 수치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판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당 후보는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뒤지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 역시 다르지 않다. 여당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을 합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악재가 터질 때마다 민주당 지지율은 요동을 쳤지만 대통령 지지율 만큼은 큰 등락없이 마지노선인 40%대를 방어하며 여권의 존재감을 견인했다. 그러나 3월 들어 40% 벽이 깨지고 하락세가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권 전반을 지탱하던 유일한 보루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심상찮은 징조다. 언젠가는 정권과 여당이 실책을 만회할 때가 올 것이라며 인내심을 발휘했던 진보적 중도의 본격적 이탈을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읽혀진다. 실제로 요지부동의 주력 지지층인 40대에서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을 비판하며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을 인용했다. 이 책에는 유망했던 기업이 망해갈 때 거치는 5단계가 등장한다. 성공에 도취해 자만에 빠지는 게 1단계, 자아도취에 빠져 원칙과 숙고 없이 방만하게 사업을 불려가는 게 2단계다. 3단계가 되면 눈앞에 닥친 위험과 위기를 부정하고 안팎의 충언을 배척한다. 뒤늦게 실상을 깨닫지만 위기를 벗어날 묘책을 찾지못해 우왕좌왕 하는 게 4단계, 구조조정이나 대량해고, 합병 등 최악의 수단에 매달리다 사라지는 것이 마지막 5단계다. 이 교수는 현 정권이 3단계에 도달했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진단이다.

민주당은 자당이 원인을 제공한 재·보선에는 후보를 내지않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러나 당헌을 바꾸고 가덕도 신공항을 급조하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에 올인하고 있다. 연전연승에 도취한 자만에 이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다. 콜린스가 책에서 언급한 1단계와 2단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재·보선은 물론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졌지만 여권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기괴할 정도로 한가하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여론조사의 3분의 2는 기술적 장난을 친다.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장난질로 조작한 지지율에 현혹되지 말라고 지지층에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하면 민의를 농단하는 여론조사기관 절반을 없애겠다”며 민심을 부정하다가 참패를 자초한 야당의 과거가 고스란히 투영되는 대목이다. 콜린스의 `위기를 부정하는 3단계'가 연상되지 않는가?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LH 사태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과소 포장하고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있다”며 말단에 책임을 떠넘겼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가장 청렴했던 공직자였다”고 찬양했다. 누구 때문에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며 이런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느냐는 국민의 항변은 듣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분들의 시대착오적 언행이 갈피를 잡지못하고 허둥지둥 한다는 망조(亡兆) 4단계의 전주곡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민주당이 이뻐서가 아니다. 묘수가 아니라 악수에서 승부가 나는 자멸의 정치를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기태 2021-03-28 20:47:17
참 답답하네요 과연 기자의 양심이란 어떤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