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투기의혹 조사
주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투기의혹 조사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1.03.25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정부, 전국 지자체 등에서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체조사에 대한 불신 여론이 높다. 조사범위가 한정적이고 적발건수도 실망스런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혹을 해소 시키기에는 현재 진행 중인 자체조사로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자체조사에 대한 불신은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세종시가 투기의혹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적발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최근까지 개발수요가 컸던 상황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충북 등 지자체들도 앞다퉈 셀프조사를 하고 있지만 그 결과 역시 미덥지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조사범위가 적은데다 지방의원 등 지방정치권 등 일부가 빠졌다. 개발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조사가 빠졌으니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땅 투기의혹은 오랫동안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했던 고질적 사회문제였다. 문제 제기가 될 때만 임시방편의 대응만 했을 뿐 근본적인 접근이 안 됐다. 결국 투기가 만연된 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청주 오송지역의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주변지역 취재과정에서 피부로 절감할 수 있었다. 산업단지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농경지에 작물이 아닌 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조경업자와 땅 소유주가 논과 밭에 싼 묘목을 심어놓은 것이다. 전형적인 투기 기법이라고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 돼 있는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철저한 조사와 함께 뿌리뽑을 수 있는 근절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투기의혹 조사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자 급기야 시민들이 나섰다. 충남 서산, 경기 용인 등에서 지역주민들이 직접 투기의혹 해소를 위한 행동에 들어가 의미있는 결과를 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주민들로 구성된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용인SK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예정부지 일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 거래내역에 대하 대조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30건의 LH 직원들의 투기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등기부등본 600여부를 확보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거래가 이뤄진 내용을 3주에 걸쳐 면밀히 살핀 것이다.

서산시 참여자치시민연대도 시민제보를 받아 2017년 7월부터 2개월 동안의 등기부 등본 526통을 법원에서 발급받는 등 지역사회 투기 가능성이 있는 곳에 대한 토지거래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북에서도 시민단체가 공직자와 지방의원들의 부동산 소유와 거래내역을 살피고 있다.

주민들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을 신뢰할 수 없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충북도 지자체의 자체투기조사에 대한 불신이 있다. 셀프조사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처럼 충북에서도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투기를 뿌리뽑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