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 더 이상 복불복에 맡길 수 없다
우주쓰레기, 더 이상 복불복에 맡길 수 없다
  •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1.03.24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지난 2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승리호'는 우주를 가르치는 과학교사 입장에서 참 반가운 영화였다. 그동안 우주와 관련된 수업을 할 때 자료로 사용했던 영화들은 모두 외국 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주의 개척과 관련한 인류의 위대함을 주로 다루었던 기존 영화들과 달리 우주 개발의 어두운 면인 우주 쓰레기를 주요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주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로켓과 인공위성이 우주를 향한 이래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77년 캐나다에 추락한 소련의 위성 코스모스 954호는 원자로를 탑재한 위성이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각되지 않은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추락 지역 일대에 방사능 공포를 일으켰으며, 실제로 방사능이 검출되기도 하였다.

2009년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 위성이 충돌해 수많은 파편 조각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정체불명의 우주쓰레기가 국제우주정거장의 창문에 충돌하여 약 7㎜의 흠집을 남겼다. 2018년 4월에는 중국의 실험용 우주 정거장인 무게 8.5톤의 톈궁 1호가 추락했다. 다행히 남태평양 바다로 추락한 덕분에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지만 상당수의 파편이 대기 중에서 완전히 소각되지 않고 바다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버려진 위성 간의 충돌사고, 미사일 요격실험 등으로 인해 수많은 파편이 양산되었다.

지구를 공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 크기 이상의 우주 쓰레기의 개수가 약 90만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큰 인명 사고 없이 지나간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만큼 우주 환경의 안전성은 점점 악화되는 중이다.

우주에서 돌아다니는 우주쓰레기의 위력은 그 크기에 비하면 가공할 만하다. 위성 궤도 근처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약 1㎝ 크기의 알루미늄 공은 72㎏의 물체를 100m 높이에서 추락시킨 것과 비슷한 충격을 준다. 지름 10㎝ 크기의 알루미늄 공이라면 TNT 폭약 300㎏을 폭발시키는 위력과 비슷한 운동에너지를 가진다.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UN은 2007년 `우주폐기물 경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저궤도 위성들이 임무 종료 후 궤도에 장기간 머무르지 않도록 제거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미사일 등을 이용한 의도적인 위성 파괴를 회피하도록 권고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7월 `우주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우주비행체 충돌 예방을 위한 설계 기준, 충돌 위험 발생 시 회피 기동, 임무 종료 후 25년 안에 폐기 조치 방안 마련 등 기술적인 권고 사항들이 제시되었다.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앞서 우주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주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우주 생활의 영위는 우리 세대의 몫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성장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이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불러온 부정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목격해왔다.

미래의 우주 환경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예비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래의 후손들이 마주할 우주는 어쩌면 영화 `승리호'가 보여주었듯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 삶의 영역을 우주로 확장해나가는 시발점이라면 인류의 선택은 우주의 정복이 아니라 공존이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