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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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익 교<전 언론인>

엊그제 저녁때쯤의 일입니다. 한참 삽목작업을 하고 있는데 집쪽에서 다급하게 저를 찾았습니다.

마당 잔디밭에서 잡풀을 뽑던 아내와 네살바기 손녀가 무엇인가에 놀란 것입니다.

기르는 다섯마리나 되는 개들까지 합세해 짖어대니 일대 소란이 일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안고 달려 왔습니다. 집마당 둘레에 쌓은 조경석 부근에 누런 큰뱀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현장으로 갔을 때는 뱀은 사라지고 대신 거므스레한 물에 젖은듯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쥐 였습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뱀이 너무 큰쥐를 먹었다가 토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정말 모를 일입니다. 뱀이 먹이를 한 번 물면 이빨이 안으로 굽어 있어 절대로 안 빠진다는데 뱀속에 들어갔다 나와 그런지 둥그런 큰 김밥토막같이 말린 쥐가 죽어 있었습니다.

뱀소동은 이곳 방아다리로 온 후 해마다 계속됩니다. 이사온지 1주일도 안돼 거실 바로 앞을 시작으로 마당 잔디밭, 화단 나무위 그리고 밭가장자리에 수시로 나타납니다.

그중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지난해 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바깥마당에서 였습니다. 바닥에 깔린 자갈을 갖고 놀던 손녀가 한곳에 시선을 두고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것은 독사였습니다.

자갈색과 잘 구별이 안 되는 독사를 어떻게 보았는지 아이의 호기심이 발동했나 봅니다.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아이가 놀라지 않게 대처하면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도 그때는 아찔했습니다. 그후로 식구들이 제일 경계하고 조심하는 게 뱀입니다.

이지역은 원래 돌이 드문 지역입니다. 집 주변에 조경석으로 축대를 쌓았으니 쥐들이 몰려들고 자연히 뱀들이 쥐를 쫓아 출몰이 잦아진 것이지요. 이럴때마다 아내는 "돌주변에 식물들을 많이 심어서 그런 것들이 많이 꼬인다"고 저를 질책합니다.

사실 그럴만도 합니다. 돌 사이사이에 약초, 야생화 등 각종 식물들을 빼곡히 심어 놨으니, 쥐나 파충류들 한테는 아주 좋은 은신처나 서식지가 마련된 셈이지요.

주민들도 가끔 비슷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물리면 큰일나는데 요즘 많아졌어. 나라에서 못잡게 하니까 그런가보다"고 서로 경각심을 줍니다.

이 부분은 생각을 좀 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물리면 생사가 걸리는 문제인데 보호만을 해야 하는지….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인간의 삶을 위해서인데 무턱댄 보호보다는 구분해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주거지역에서 위험의 요소가 되는 동물들은 "주민들의 안위를 위해 처치를 해야된다"는 게 농촌주민들의 중론입니다. 뱀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농촌 일손이 바빠지면서 위험도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다가 도심으로 다시 거처를 옮기신 분들 중에는 "뱀 때문에 이사를 했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가끔 만나는 지인들이 농촌생활을 궁금해합니다"공기좋고, 조용하고…"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뱀이야기가 나오면 "잡아서 몸보신 하면 더 좋겠다"고 농을 걸기도 합니다.

절대 농촌생활이 뱀 때문에 불안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방심하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주의를 환기코자 말씀드린 것입니다.저는 뱀소동만 있으면 식구들에게 점잖게 훈시를 합니다. "풀밭을 다닐때는 필히 살피고, 절대 잡으려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은 계절에 경각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아침부터 좀 그렇기는 해도 뱀에 대해 한말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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