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커피 한 잔인데
겨우 커피 한 잔인데
  • 장재규 청주시 흥덕구 건축과 주무관
  • 승인 2021.03.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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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장재규 청주시 흥덕구 건축과 주무관
장재규 청주시 흥덕구 건축과 주무관

 

`욕심이 작으면 작을수록 인생은 행복하다. 이 말은 낡았지만 결코 모든 사람이 다 안다고는 할 수 없는 진리이다.' <톨스토이> 필자는 위 구절을 보며 청렴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한다. `청렴'은 사전적인 의미로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라는 뜻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청렴의 뜻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청렴을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증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다니던 임용 초에 나는 가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사준 사람의 성의가 있지, 저걸 아예 안 받다니….'

나는 딱한 표정으로 민원인을, 이건 좀 과하다는 표정으로 선배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하지만 선배들은 묵묵히 모니터만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원인은 민망함에 당황하며 손에 든 커피를 서둘러 챙기며 내게 “진짜 안 받으시네요”를 연발하며 돌아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아, 날도 더운데, 저거 한 잔 마신다고 뭐 큰일이 나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좋아하는 커피를 못 마신 것을 아쉬워했다.

공직에 입문하기 전 사기업에서 일했는데 그땐 “커피 한잔하시며 미팅 어떠세요?”라는 거래처 요청은 꽤 빈번했다. 보통 커피나 디저트 종류를 선물로 가져와 부서원들과 나눠먹으라고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회사 방침은 `받지 않는 것'이지만 다시 돌려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공무원 임용 후 청렴교육을 들으며 `딱딱하게' 처신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알았다. 거절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상담할 때, 사실 선배들도 `별것 아닌 선물'로 보이는 것을 거절하는 것 자체가 때로는 어렵고 불편하지만 매번 시험에 들지 않고 `옳은 방향'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부패와 비리는 우리 주변에 늘 가까이 있다. 대가성 금품을 받는 것, 채용에 술수를 쓰는 것, 공금을 횡령하는 것 등 금품 수수만을 부패와 비리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부패와 비리의 범위는 업무와 관련된 수많은 행정적 처리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러한 업무에는 수많은 관행이 존재한다. 원칙과는 부합하지 못하지만 `여태까지 그렇게 잘 해왔으니' 그렇게 처리되는 일이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문제없던 일들은 그렇게 이뤄진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돼온 관료사회의 문제점이다.

문화란 것이 이토록 참 중요한 것 같다. 도로가 아무리 혼잡해도 신호등을 잘 지키는 교통 문화가 정착돼 있으면 교통사고가 덜 발생하듯 아무리 `청렴'과 `관례' 사이가 혼란스러워도 청렴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면 부패 사고가 덜 발생할 것이다.

누구나 거절이 어렵다. `커피 한 잔'을 거절하는 일, 이건 우리 딱딱한 사람들이라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다들 서로 협심해 노력한 덕분이다.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늘 책임감과 청렴정신을 가지고 일상적으로 해 나가는 작은 업무들에도 더 주의를 기울이고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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