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새로운 도약
비는 새로운 도약
  •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 승인 2021.03.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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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두두둑 아침을 여는 빗소리. 창문에 세차게 뿌려대는 빗방울들, 유리컵에 뽀글뽀글 거리는 탄산음료처럼 물방울들이 창을 도배하면서 창밖을 꿀컥 삼켰다. 달달하고 시원하게 톡 쏘며 목을 타고 내려가는 청량한 탄산음료를 한 모금 들이키는 것처럼 시원스레 흩뿌려대는 비는 봄 마중을 가는냥 더 바삐 뿌려댄다. 한참을 턱 괴고 감상에 젖어 있는 그 시간, 창문 아래 구피들도 빗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듯 현란한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며 어항 속을 누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분양받은 구피다. 아니 떠맡기다시피 데리고 왔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연유도 없이 구피가 자꾸 죽는다고 토로하면서 지인은 구피를 분양했다. 둥그런 유리 어항에 공기 발생기도 없다. 개울에서 주워온 짱돌 몇 개, 다슬기 몇 마리 그리고 물을 정화시키면서 밋밋한 어항에 푸른 장식을 위해 스킨다푸서스 식물을 뚝뚝 잘라 어항 속 돌멩이로 꾹 눌러 놓은 것이 전부다. 손가락보다도 더 작은 구피, 꼬리지느러미가 화사한 색상으로 부채꼴의 레이스 같은 패턴의 레이스구피, 몸체의 절반이 어두운 색으로 머리 부분이 밝은 색으로 꼬리 패턴을 자랑하는 드래곤헤드구피 두 종류가 일가를 이뤘다. 신통방통하게도 어찌나 환경에 잘 적응을 하는지 대견스럽다.

구피를 분양받아온 지 근 두 달이 넘어서고 있다. `톡톡' 고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音) 청아한 울림이 정적을 깬다. 사료를 줄 때면 첫날부터 어항 모서리를 `톡톡'치곤 잠시 몇 초간 사이를 두고 사료를 줬다. 처음엔 `톡톡'어항을 치면 구피는 반사적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듯 이리저리 숨을 곳을 찾느라 어수선했었다. 그러기를 여러 날 모든 것이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고 매번 똑같은 방법으로 사료를 주다 보니 어느 날부턴가 `톡톡'치면 다투어 모서리로 모여들어 물 위로 입을 뻐금 거리며 구애를 하는 것처럼 화사한 꼬리를 마구 흔들어댄다. 그럴 때면 어느새 난 사료를 주는 내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잘 먹어라, 에구 여뻐라'할머니들처럼 혼잣말을 하는 나다. 어르신들 말씀이 사랑받기는 자기하기 나름이라더니 구피 행동으로 애정전선에 청신호가 훤하게 밝혀지면서 정이 돈독해지고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드는 나날이다.

사료 주는 손길을 따라 입을 크게 벌리고 점프를 하는 것처럼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머리를 수면 위로 들어 올려 둥둥 떠다니는 사료를 확 낚아채듯 먹는 구피, 작지만, 맹수가 먹이를 낚아채는 것과 너무 흡사해 한참을 넋 놓고 보았다. 정글의 왕인 사자 역시 먹잇감을 사냥할 때면 바닥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먹잇감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공격 사정권에 들어오면 다리에 힘을 주고 땅을 힘껏 박차고 달려가 용맹스럽게 사냥에 성공한다. 사자는 절대 조급해하지 않는다. 조금 더디더라도 기회다 싶을 때 사납고 맹렬하게 사냥에 성공한다.

언택트 시대, 정서가 가뭄의 논바닥처럼 메말라가는 요즘 비록 우리의 현실이 포스트 코로나(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새로운 사회적 변화양상과 추이를 의미), 집콕족(집에서 즐기는 사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결코 나태해지거나 도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언택트 시대이지만 이면엔 미래에 대한 정의가 움트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멈추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더 멀리 뛰려고 도움닫기 하는 것처럼 준비하고 있는 거다.

사자가 바짝 엎드려 사냥감을 노려보다 전력질주를 하듯, 구피가 작은 몸짓으로 먹이를 낚아채듯 우린 더 멀리 뛰려고 도움닫기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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