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날! 땅에 대한 예의
흙의 날! 땅에 대한 예의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3.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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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제목부터가 직설적이다. 정록, 그림 박은정/동심>이다. `고아원'이란 단어가 `보육원'으로 바뀌어 사용한지 한 참인데 떡하니 제목으로 사용했다. 제목에 대한 의아심은 책으로 향하는 내 손을 멈칫하게 했다. 그럼에도 내 시선을 붙잡은 것들이 있었다. 제목도 그러했다. `나무 고아원'이라니…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세로로 길쭉한 책의 판형,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표현한 판화 그림, 그 속에 있는 둥지로 날아드는 새, 질감 있는 책의 제목 등 책 표지에 있는 모든 파라텍스트들은 내 가슴 한편에 먹먹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했다. 그림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나무도 고아가 있나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어른이 대답한다. `나무는 땅을 잃으면 고아가 돼. 몸과 마음이 아픈 나무들이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렴. 나무들의 슬픈 얘기가 들릴 거야.'라고.



그렇다. 나무 고아원은 도시 개발로 인해 땅을 잃은 나무들이 모이는 곳이다. 실제 하남시에 나무 고아원이 있다고 한다. 길을 내느라, 집을 짓느라, 도시를 만드느라… 갖가지 사연으로 땅을 잃은 나무들이 모이는 곳이란다. 그 숲에 가면 나무들의 이야기가 들리려나….



흙에 대한 삽화 그림책 한 권을 더 보자! <내 방에 찾아온 흙거인/박재옥/위즈덤하우스>에서 여름휴가를 다녀온 효주 방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차는 사건이 생긴다. 쓰레기를 가져다 놓은 흙거인에게 `야! 이 냄새 나는 괴물아! 도대체 왜 내 방에 쓰레기를 버린 거야!' 라는 효주의 말에 거인은 `아니야. 난… 네 방에 쓰레기를 버린 게 아니야. 네 거라서 다시 돌려 준거야….'라고 답한다. 그동안 효주가 아니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흙은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 고아원>에서 이정록 시인이 말 한 `하늘은 구름을 버리지 않아. 숲은 새소리를 버리지 않아. 사람만이 무언가를 버린단다.' 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국의 대기화학자인 러브록은 `지구를 자연환경과 생물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실체이며 자기조절 기능을 갖고 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1972)'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 자기조절 기능을 넘어 서는 일을 사람들이 한다. 인공적인 구조물들로 인해 땅은 점점 줄어드는데, 쓰다 남은 것, 못 쓰게 되는 것이 생기면 사람들은 땅에 그것들을 묻는다.



모두 흙이 소중하다며 잘 보전하자 말한다. 모두 알고는 있는 것이다. 흙이 만물의 근원임을. 그러나 인류가 남긴 흔적들로, 개발이라는 논리 앞에 흙은 점차 기력을 잃어 간다. 그렇다고 개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부건축가 노은주?임형남의 `한 번도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았던 땅,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숨 쉬고 살던 땅을 파헤치며 공사를 할 때는 땅한테 양해를 구하고 땅에게 감사하는 인식'을 가져 보자는 말처럼 땅에 대한 예의를 생각 해 보면 어떨까? 가이아의 이론처럼 인류는 그저 지구에 있는 하나의 생물종이라는 새로운 인식으로 자연을 보면 어떨까?

그리하면 3월 11일 `흙의 날'을 맞아 인류의 삶터인 흙의 가치를 되새기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건강한 지구를 만들자는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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