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노래를 들어보았는가?
지구의 노래를 들어보았는가?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1.03.10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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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학창 시절 `겔로그'라는 게임이 출시되어 전국의 학생들을 오락실로 불러들이며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뿅뿅뿅!', `뿅뿅뿅!'우주선을 조종해서 외계의 적 우주선을 공격하는 게임인데, 첫 음악이 흘러나오면 손가락이 근질거렸던 기억이 있다. 40대 이상의 장년층들은 아마도 어렴풋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를 듯하다.

이 우주선 게임에 너무 몰입해있어서 그런지, 우주선이 레이저를 발사하며 적을 공격하는 화면에 사운드는 당연한 것이었다. 적을 쳐부수는데 `두두두두 두두'총소리가 빠지면 허전했다. 그런데 우주 공간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없다는 것을 아는가? 물리 수업을 통해 우주공간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고 패닉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그 화려했던 사운드 쇼가 없다고? 전혀?

왜 우주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가? 그 이유는 공기와 같은 전달 매개체가 없으면 소리는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공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전달될 수가 없다. 전달 매개체가 없이도 전달이 되는 빛과 같은 전자기파와 소리가 다른 점이 이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과학칼럼의 제목으로 `지구의 노래를 들어보았는가?'라고 적었다. “지구 표면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지구의 노래를 듣지?” “지구 밖에서 들어봐야 할 텐데, 지구 밖은 우주 공간이고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없다면서 어떻게 지구의 노래를 듣는다고?”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타고 있는 우주 탐사선이 발사되어 행성 근처를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우주는 진공 상태이니까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 행성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지 알아보자.

사실 소리는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전파 신호를 소리로 변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라디오 전파도 소리 신호를 전파로 바꾸어서 먼 곳까지 전달하고 또 전달된 라디오 전파를 소리로 전환하여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원리와 같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우주의 다양한 천체들이 내는 전파 신호를 NASA와 유럽 우주국(ESA)에서 기록하고 스탠퍼드대학의 물리학 연구소에서 소리로 변환하였다. 또한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핼러윈날에 즐거움을 주고자 그동안 연구되었던 각종 우주의 전파 신호를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의 소리로 변환시켜 공개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마우스로 인터넷 세상을 조금만 누비면, 태양계 행성들이 내는 소리를 들어볼 수가 있다. 물론 이 소리는 실제 우주의 소리는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소리이다. 지구의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기파를 소리로 변환한 것이다. 그래서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한 지구의 노랫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YouTube: 우주 다큐멘터리, 태양계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새의 지저귐 같은 지구의 노랫소리, 금속에 바람이 부딪히는 것 같은 태양의 소리, 등등. 우리의 태양계는, 우리의 귀에는 안 들리지만, 오늘도 공전을 하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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