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
존재의 이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3.1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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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어떻게 살아야 할까?”

풀어야 할 숙제다.

평생 직장생활을 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요즘. 초등학생도 뛰어든다는 주린이(주식 어린이 즉 주식 입문자를 뜻함)로 살아야 할지, 조상 땅이라도 찾아나서야 할지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꿈을 꾸고, 삶의 가치를 찾고, 가야 할 길로 걸어가는 일. 그 자체가 삶이다. 그러나 꿈꾸지 않고, 삶의 가치를 버리고, 가야 할 길로 걸어가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유 없는 존재는 없다.

그러나 살다 보면 존재 이유를 잊는다. 잊어야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고, 때론 세상이 잊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이유는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청주대 사태를 보면 누구를 위해 대학이 존재하는지 되짚게 한다.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청주대 직원노조와 대학 당국, 총학생회 간 갈등이 심각하다.

3년째 대학 당국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직원노조는 급기야 지난 8일부터 교육부 세종 청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직원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비선실세인 설립자 3세의 갑질로 임금단체협약도 이뤄지지 않았고, 입맛대로 대학을 좌지우지해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이런 이유로 교육부는 학교법인 청석학원에 관선이사를 파견해 사랑하는 청주대를 바로 세워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학 총장과 교무위원 등은 노조의 교육부 집회 강행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노조 집행부의 퇴진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학교는 학생이 있어야 존재한다.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 교수와 직원들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구대 총장은 입시 부진을 이유로 최근 사퇴했다. 벼랑 끝에 몰린 지방대학의 교직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국의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 유치전에 뛰어든 지 오래다. 지자체들도 전입 대학생을 늘려 소멸 지역에서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학생이 있어야 대학이 살고 지역이 살아남는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청주대는 학생을 지키고 있는 지, 교직원 역할이 무엇인지 반성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까지 잠재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살고 싶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도록 도와주기는커녕 LH 일부 직원은 신도시 정보를 자신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아무리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라고 정부가 국민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을 개인의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한 사실이 드러나니 토지공사가 아니라 투기공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충격적인 소식에 실망감과 배신감마저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탈법사례가 드러나면 엄중 조치하고, 토지거래 제한과 부당이익 환수 등 엄격한 재발 방지 장치도 마련해 서민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가 절대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질 않았다. LH 본사 앞에는 L 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농민, 시민단체의 시위가 이어졌다. 또한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원들은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폭등의 주범인 LH의 개혁과 해체를 촉구했다. 국회는 이번에도 사후약방문식으로 공직자의 땅 투기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LH 투기 방지법'을 발의했다.

국회는 뒷북치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땅으로 장난치고, 대학은 가르치지 않는데 존재할 가치가 있을까. 꿈과 희망이 짓밟힌 서민만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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