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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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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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는 모가지까지 털자
윤 승 범(시인)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스랜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한국, 룩셈부르그, 멕시코, 네델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랜드, 터키, 영국 등 모두 OECD 가입국의 명단이다.

얼핏 스쳐봐도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사사건건 OECD 국가와 비교를 한다. 정부에 유리한 것은 - OECD 국가도 한다. 우리는 안 하니까 해야 한다. 정부에 불리한 것은 -OECD 국가에 비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가 OECD 국가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연일 가격이 치솟는 휘발유 이야기를 하고 싶다. 휘발유 가격은 60%가 세금이다.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 원성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던 정부는 "관세를 인하" 하겠단다. 그러나 그 관세는 정제된 석유에 붙는 관세고 정제된 석유의 비중은 전체 석유량의 2% 밖에는 안 된다. 그 2%에 붙이는 세금에서 1%를 내리겠단다.

그러니까 정부 탓을 하지 말란다. 거기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이제 없다. 그러자 관점을 다시 정유사로 돌리고 있다. 정유사의 마진이 너무 높기 때문이란다. 정유사는 다시 반박한다. 각 주유소가 가격을 자율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의 문제란다. 주유소는 서비스 휴지 주고, 생수 주고 해서 남는 것이 없단다. 여기서 떠밀고 저기서 던지고 하다보니 부담은 다시 국민이 몫으로 돌아왔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석유에 붙는 세금은 간접세다. 간접세는 걷기가 수월하고 조세 저항이 약하다. 그러니까 많은 세금을 매겨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 얼마 전 강남의 값비싼 아파트에 종부세를 매기니까 낸다, 못낸다, 헌법 소원이다 해서 골치가 아팠다. 직접세였기 때문이다. 이쪽저쪽 퍼줘야 할 곳이 많은 정부에서야 손쉽고 막대한 액수의 세금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다는 말이 OECD 수준보다 많지 않네, 적당하네 떠드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잔머리일 뿐이다. 그것이 먹히지 않으니 정유사 문제네, 주유소 문제네 하면서 언론은 떠들고 국민은 다시 봉이 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판매가가 1800원이라면 아무 것도 안 하는 정부가 1000원 이상을 떼어 간다는 점이다. 세금을 떼가면 거기에 걸맞는 일을 해야 옳지 않느냐. 교육세를 떼면 교육에 투자해야 하고, 건강료로 뗐으면 거기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게 문제다. 정부로서의 규제를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안 하고(못하고) 있다. 그 돈으로 의원나리들 호화 여행이나 떠나고, 공무원들 거짓 출장비로 마구 날리고 있다. 모자라면 더 걷으면 되니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다.

세금이 필요하면 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모쪼록 공정하게 징수되고 정당하게 사용되길 바랄 뿐이다. OECD에 가입한 것이 구차한 핑계를 대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또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느 시인이 참깨를 털다가 한 마디 했다

- 전 략 -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들기도 했다.

- 김준태의 '참깨를 털며서' 중에서-

국민 알기를 그저 닭이나 봉으로 알고 다스리고 나부대는 윗분들, 재벌가들. 그 분들을 참깨를 털 듯이 털어내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무성한 것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올 봄 심은 참깨를 가을에 털 것이다. 그 때 동네 사람 모두 모여 타작을 하자고 해야겠다. 어느 시인처럼 모가지 털리지 않게 적당히 터는게 아니라, 모가지까지 탈탈 털어도 상관없으니 맘껏 후려치라고, 모가지고 뭐고 안 남아도 좋으니 힘껏 치라고, 닭도 잡고 막걸리도 몇 말 준비해 놓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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