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활 속의 청렴이다
이제는 생활 속의 청렴이다
  • 신형섭 충북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 승인 2021.03.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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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형섭 충북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신형섭 충북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지난해까지 청내 방송을 통하여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얘기가 있다. 1983년 10월 9일 버마(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 때 순국한 함병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청렴 일화다.

청백리 함병춘! 그는 대한민국 제2대 부통령을 지낸 함태영의 아들로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였다. 공무로 외국에 출장을 갈 때 비싼 호텔에 들어가 잠을 잔 적이 없으며, 남은 출장비는 귀국하는 즉시 모두 국고에 반납하였다고 한다.

구두를 한 켤레 사면 최소한 구두 굽을 세 번 이상 갈아서 신었으며, 해진 양복 팔꿈치는 가죽을 대서 입고 다닌 것은 기본이고,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장을 받는 날도 깨끗한 양복이 없어서 처남이 입던 양복을 빌려 입고 갔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살아온 함병춘에게 또 다른 전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농산물이 아니라며 평생 단 한 번도 커피를 마시지 않은 그는 청빈 중의 청빈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2015년 김영란법 제정과 함께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강력히 청렴드라이브를 걸어온 결과 부패인식지수(CPI)가 꾸준히 증가했고, 이에 따른 순위도 계속 높아져 왔다. 2017년 51위, 2018년 45위, 2019년에는 세계 180개국 중 39위를 차지하며 점점 더 청렴한 사회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종합적인 반부패 개혁 노력으로 과거 뉴스에 나오던 대형 부패 사례는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는 생활 속의 청렴이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민간이 공공부문을 앞서가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기관에서 야근 없는 날 지정 운영할 때 민간 기업은 한 발짝 더 나가 사무실 전체 전원을 차단하였고, 종이 절약을 위해 예산으로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나누어 주었다.

또한, LG그룹은 2008년부터 과도한 보고서 작성을 시간 낭비로 여겨 근절하였고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여 메일로 간단히 내용만 전달하는 보고도 흔해졌으며 동영상으로 보고하는 파격적인 사례도 등장했다. 현대카드에서는 2014년 제로 PPT 캠페인을 시행한 이후로 두산그룹, 아모레퍼시픽, KB국민은행 등이 참여하였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시행해 왔다. 내용 전달만 제대로 되면 더는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식 변화의 사례가 민간기업의 최신 혁신동향이다.

인간은 자꾸만 편리한 생활을 원한다. 그럴수록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 환경은 점점 오염돼가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식품 배달이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1회용 용기가 범람하는 것을 보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물자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인간이 조금 불편하게 살 필요가 있다. 특히, 생활 속의 전기, 종이, 플라스틱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줄일 것은 줄여야 한다. 청렴은 멀리있는 것이 아닌 일상에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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