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장하다
아이야 장하다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1.03.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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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한 가지 뉴스를 보기도 듣기도 싫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느껴지는 기이함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와 상관없다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을 감 출 수 없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치부 하는 게 편하다 해도 귀에서 걸러지지 않으니 어쩌랴.

어디에 살든 누구에게나 집은 필요하다. 그것이 삶에 일부분이고 충족 되어야만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간다. 작은 개미들도 제 집 드나들 곳이 있어야 하듯 나 역시 똑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이란 우리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으며 일상을 위해서도, 생명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들이 가까운 곳에서 가정을 꾸렸다. 지방대학을 나와 지방중소기업에 취직을 하는 과정 까지 여러 한계가 있었지만 아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수한 직장이 아니어도 좋았고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행복이라고나 할까. 가지를 늘여가는 나무처럼 든든하고 남들 보다 하나를 더 가진 듯한 기분에 젖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더니 집을 옮겨가는 것이었다. 은행대출을 받는 것에서부터 부담을 무릅쓰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은 없었다. 며느리와 알뜰히 꾸리며 가는 모습이 장하기만 했다. 삶의 터전을 단단히 다지는 아들의 가정에서 더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아들이 처음 직장에 들어갈 때 해주었던 말이 있다. 꼭 대 도시가 아니어도 된다고, 작은 도시에 정착한들 행복의 가치는 자기가 만드는 거라며 은근히 기를 돋우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아들과는 마음의 거리조차 지척이었다. 가끔 남들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곁에 두고 산다는 것은 염려보다는 기쁨이 훨씬 많다며 자랑을 해댄다.

누구나 자기반경의 생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모든 것을 만족하며 살 수는 없다. 부와 명예든 그 밖에 나름대로 갖고 싶은 욕구가 잠재해 있는 것을 아니라고도 말 못한다. 가끔씩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합당한 조율을 들이대는 방법이 있다. 옛 어른들이 흔히 하시던 말씀, 사람 사는 모양이 천층만층 구만 층 이라는 얘기를 떠올리며 잠잠키로 한다. 솔직하게 말해 조금의 위화감은 있다. 내 입장에서라기보다 어쩌면 아들을 의식해서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한들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보면서 젊은 기분에 씁쓸한 생각 어찌 들지 않겠는가. 사회를 바라보는 불신이 생겨날까 두렵기도 하며 등에서 빠져나가는 힘을 느낄까봐 안쓰럽기조차 하다.

이런 기우가 나부터 그릇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아들은 먼저 안부를 묻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려와 보여준다. 한 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는 풍경 속에서 그동안 뿌옇게 담아 보았던 생각들이 스러져 가고 있다. 비싼 집값에 기대어 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된 셈이다. 조용한 눈으로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고맙고 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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