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 불편한 역사의 진실
미얀마 사태, 불편한 역사의 진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3.08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미얀마 사태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일로다. 군부가 권력을 잡으려고 구테타를 일으킨 지 한 달이 넘어서면 저항하는 시민들의 사상자도 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로 군인들이 탄 장갑차가 활보하고, 칼이 장착된 총을 든 군인들이 영상에 잡히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케 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해 사용돼야 할 무기가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다.

군인들이 쏜 총에 맞고 사망한 시민들이 늘면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사망자의 추모 물 결속에 빈손으로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스스로 방패를 만들어 군부와 대치하고 있다. 힘없는 시민들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총 맞은 시민 사진과 동영상을 속속 올리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드러내며 “도대체 몇 명이 죽어야 유엔이 행동에 나설 것이냐”는 미얀마 시민들의 절규가 폐부를 찌른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은 `2008년도 헌법 조항 417과 418'을 근거로 앞으로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국회의원들을 감금하고 내각 부처장들이 대거 교체하더니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저항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미얀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져야만 무고한 시민의 생명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까지 전달되는 미얀마 사태는 낯설지 않다.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나라지만 40여 년 전 한국의 광주사태를 재현하듯, 역사의 데쟈뷰를 보는 것 같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거짓이 판을 치며 진짜와 가짜가 호도되며 죽음을 목도했던 우리의 1980년이 먼 이국땅 미얀마에서 작금의 현실로 되풀이되고 있음이다. 그 시대를 관통했던 많은 국민이 광주사태를 떠올렸음은 당연지사다.

미얀마 사태를 보며 광주 사태가 오보랩되는 것은 단지 불편한 역사적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날 이후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고, 반공 프레임까지 덧씌워 발목을 잡았던 우리의 과거가 지금까지도 역사의 그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고 누린 사람은 있어도, 사태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를 끊어내지 못한 우리 역사의 현재가 던져주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지난한 역사를 통과하며 불을 지핀 광주의 민주화 요구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자, 선택의 문제였다. 정치가 권력에 따라 움직였을 때도 국민은 민주화 열망으로 길 위에 섰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미얀마 사태를 남의 나랏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다.

열강들에 의해 지배당했던 국가에서 비애가 되풀이될 때 안타까움은 더 크다. 미얀마 시민들의 요청에 세계가, 한국이 응답해야 한다. 다행히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72명의 국회의원은 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미얀마 군부의 폭력진압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과 결의안 채택 등 사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간, 그들의 죽음 앞에 겸허히 역사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