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총장의 침묵
하버드대 총장의 침묵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3.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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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미국 대통령보다도 더 권위가 있는 세계 지성의 대통령. 바로 하버드대 총장이다.

세계 학계가 그만큼 하버드대학교를 최고 지성의 집합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학교의 로런스 S. 배카우(Lawrence S. Bacow) 총장이 지성의 심판대에 올랐다.

위안부 관련 `가짜 엉터리 논문'의 주인공 존 마크 램지어 교수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국제법률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는 지난해 12월1일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 전쟁에서의 성관계를 위한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논문을 온라인으로 게시했다. 이 논문에서 램지어는 “여성들과 위안소들은 1~2년 임기의 계약을 체결했고 2차세계대전 마지막 달까지 여성들은 임기를 다 채우고 집으로 돌아갔다”며 “계약에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여성을 포함한 위안부들이 `자발적 매춘'에 나섰다는 왜곡된 주장을 한 것이다.

이 논문의 존재가 알려지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학계가 들끓고 있다. 우리나라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국외 유수의 학자들로부터 `형편없고 가치없는', 비학자적 양심의 엉터리 논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역사학과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론 같은 학술적 사기”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더든 교수는 “1990년 즈음 첫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알려진 이후 30년동안 수많은 증언과 이를 입증하는 학술적 논문이 나왔는데 램지어의 주장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램지어가 소속된 하버드대 로스쿨의 동료 교수들도 결의안을 채택하고 램지어를 비판했다. 이들 교수는 “램지어의 주장은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납득할 만한 증거도 없이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하는것은 수십 년간 축적된 논문, 증언, 자료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로런스 배카우 총장은 어정쩡한 태도로 램지어를 옹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VANKorea)는 지난달 초 램지어의 엉터리 논문에 대해 하버드대 로런스 배카우 총장에게 `램지어가 (왜곡된 논리로) 전쟁 범죄 피해자들에게 모욕을 주고 학자로서 윤리와 양심을 저버림으로써 하버드 로스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램지어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배카우 총장은 답변 메일을 통해 `램지어의 의견은 개인의 의견이며 대학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제국의 침략 전쟁에 동원돼 전장에 나선 일본군의 성적 희생자가 된 위안부의 역사가 엄연히 사실로 입증※되었음에도 불구, 사실을 기술하지 않은 논문에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포장을 씌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그런 배카우 총장에게 하버드대 학내 구성원들도 크게 실망하며 램지어의 논문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있다.

하버드대 학부생 평의회는 지난 1일 램지어 교수에 대한 규탄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면서 램지어의 공식 사과와 함께 배카우 총장과 존 매닝 로스쿨 학장이 이 논문과 관련한 유감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했다.

램지어야 시쳇말로 `맛이 간' 인물이라고 치고, 궁지에 몰린 배카우 총장이 어떤 처신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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