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말이 되나
‘응급실 뺑뺑이’ 말이 되나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3.07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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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국내에서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1년 1개월여만이다.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와 종사자들은 2월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이튿날에는 의료진들에 대해서도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정부는 7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한다.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차례대로 백신이 접종될 계획이다.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고약한 터널에 갇혀 지칠 대로 지친 국민으로서는 백신 접종 자체만도 큰 희망일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이 고무적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아직 낙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일까. 백신 접종 후 주춤했던 코로나19 감염세가 심상찮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한 이후 백신 접종까지 시작된 상황에서 확진자가 증가추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 방역단계가 낮아진 이후 가족-지인 모임 등의 고리로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신규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확진자 발생이 단순하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방역 문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 후차적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크다.

한 예로 응급의료체계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청주에서 체온이 39도까지 오르며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90대 노인이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장시간을 대기하는 일이 빚어졌다.

청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 종합병원에 발열환자를 격리할 응급실 병상이 모두 찬 까닭이다. A씨(90)는 오한과 복통을 호소하다 119에 도움을 청했다. 119구급대는 곧바로 출동, A씨를 태우고 가까운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향하면서 병상을 요청했지만 없었다.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는 격리병상서 코로나19검사를 받은 후 음성판정이 나와야만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다. 구급대는 인근 병원 5곳을 확인했지만 모두 같은 이유에서 `수용 불가'를 알려왔다.

30여분을 구급차에서 마냥 대기하던 90대 노인은 1시간 만에 충남대병원 응급실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급성신우신염'에 걸린 그는 자칫 대기시간이 길어졌더라면 패혈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응급상황이었다.

A씨 가족은 “격리병상이 없어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급차에서 대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이대로라면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를 격리 공간에서 진료하도록 하면서 일반 응급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 병상이 줄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일반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구급 차량이 병상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입원 병상과 응급실 포화 문제는 갑작스럽게 생긴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 차원에서 병상을 늘리고는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매우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시급히 치료·격리병상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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