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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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3.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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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창밖으로 보이는 교정의 대문에 크게 플래카드가 걸렸다. `본교 입학을 환영합니다.' 신입생들과 재학생들로 오랜만에 교정이 붐비는 모습을 보니 싱그럽고 활력이 넘친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같은 옷을 입었고 같은 나이와 성별이겠지만 저마다 다른 성격과 행동 패턴을 가졌을 저들이 공동체 생활을 잘해나가야 할 텐데 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내가 상담자이자 부모이기에 저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올라오나 보다.

요즘 뉴스에서 20·30대의 성공한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갑자기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청소년기 그들의 행적들이 전진하는 발목을 잡아 그 자리에 멈춰 세운다. 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뜨리기도 한다. 나아갈 수도, 숨을 수도, 덮을 수도 없으며 되돌릴 수도 없다. 하나의 이유로 그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럴만한 이유나 상황이 그 시기에 그들에게 있었겠지만 그들의 행동을 공감하거나 묵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비난하기에는 마음이 아프다.

`나의 영원한 세 친구/헬메 하이네/ 혜문서관(2009)'라는 그림책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친구와 다르다. 작가는 이 세 친구의 이름을 머리 교수님, 사랑 마음 아주머니, 뚱보 배 아저씨라고 소개한다. 우리는 이름에서부터 이 친구들이 어디에 살며 어떤 일을 하는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친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내 안에 존재하면서 성장하는 동안 양육과 교육을 받으며 균형을 이루며 지낸다. 이 책에 대해 많은 이들이 사람 안의 이성과 감성, 신체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을 보았다. 나도 그 해석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초자아라 불리는 양심, 자아라 불리는 현실감각, 본능이라 불리는 쾌락감각. 세 가지 구조는 프로이트의 성격 구조론을 통해 세상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성격의 세 가지 측면인 본능, 자아, 초자아는 모두 내 안에 있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행동과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 특히 세 가지 측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거칠고 공격적이며 욕구를 지연할 줄 모르고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id) 쪽으로 에너지가 흐른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폭력과 물욕, 중독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 다른 측면인 초자아(super ego) 쪽으로 에너지가 흐른다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억압, 가면, 우울감(자기공격) 등으로 나타난다.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동기·청소년기는 성격이 완성되기보다는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본능(욕구)과 초자아(도덕성)를 균형 있게 돌보려면 자아(현실감각)가 꼭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언어를 배울 때처럼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 교사, 친구들과 사회 안에서 살아가며 생겨나고 수정되고 보완되기를 반복하며 나아가기도 하고 퇴행하기도 하며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나다움'이라는 이름으로도 세 가지 측면을 실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잘 보낼 때, 용기, 책임감, 관대함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가 보면, 영원한 세 친구는 한평생을 같이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때도 있지만 서로를 아끼는 사이로 살아간다.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가다가 지식을 남기고 사랑의 씨앗을 뿌려 마음을 남기기도 한다. 여러분 안의 세 친구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내 안의 세 친구가 잘 지내지 못하면 갈등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화를 내거나 피하거나 남을 탓하거나 잊으려고 한다. 우리는 세 친구가 잘 지내도록 그들의 욕구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내에서 그 욕구들을 들어주고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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