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속도 줄이기
내 삶의 속도 줄이기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21.03.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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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변정순 수필가
변정순 수필가

 

지지난주 토요일 오전, 범칙금을 뗐다. `1차 납부는 벌점 15점에 60,000원, 2차 납부는 가산금액 72,000원. 도로교통법 제1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범칙금의 납부를 통고하오니 기한 내 납부하시기 바랍니다.'

경찰차가 어디서 나타나 쫓아왔는지 운전하는 나에게 옆으로 세우라 했다.

사이렌 소리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며 “왜 그러세요?”

“신호 위반했습니다.”

“제가요?”

“네, 빨간불인데 그리 달리시면 어떡합니까?”

“저 빨간불 보지 못했는데요?”우기며 머뭇거리니

“면허증 주십시오!”한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민원이 많이 들어와 최근 설치하였다고 하면서 많은 운전자가 위반한다고 했다. 위반을 많이 하면 내리막길에 설치한 것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따져 물으니 또 민원 때문이라며 면허증 달라는 독촉을 했다.

그곳은 매일 오가는 길이고 거의 깜박깜박 점멸등으로 바꿔놓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지나는 길이다. 어느새 정보를 입력했는지 범칙금 용지를 내밀며 “뭐 바쁘신 일이 있으십니까?”하고 젊은 순경은 한술 더 뜬다. 속상하고 은근히 얄미웠다.

이미 발행한 범칙금 용지를 들고 꼼짝없이 내야 할 터, 그래도 1차 2차 중 어느 쪽을 선택해서 내야 덜 손해를 볼까 생각하다 경찰 딸을 둔 친구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다. 운전 중에 적발되어 면허증을 제시하면 면허번호가 이미 올라갔기 때문에 가산금을 내도 벌점은 똑같이 받는다 했다.

답은 뻔한데 참 어이가 없다.

어이없음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범칙금 내는 문제로 마음 씀도 있었지만, 빨간 불에도 무의식적으로 달린 나의 행동이었다. 의식이 있었든 없었든 무조건 달린 내 행동이 어디 이뿐이었으랴.

나는 버거운 삶을 사느라 달려야만 했으니까.

너무 달려 무리를 했는지 그만 내 몸이 탈이 나고 말았다.

다리가 아프고 저려서 앉았다 일어나는 일, 허리 굽혀 세수하기, 똑바로 눕는 일은 더더욱 쉽지가 않았다. 지난날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고맙고 그리운지 아파보니 알겠다. 며칠 파스를 붙이며 버티다 결국엔 작은아들의 부축을 받아 병원엘 갔다. 등과 허리에 디스크진단을 받았다. 실은 그간 어깨, 허리, 몸 구석구석에서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내온 터, 내 몸에서 마구 불평하는데도 그 소릴 듣지 않았다. 아니 무시했다.

진작 몸 관리를 잘할 걸, 좀 더 아끼며 일할걸, 바쁘게 사느라 돌볼 새 없었다는 변명으로 위안 삼아 보지만, 지난번 받은 범칙금을 이체하며 그간 나의 인생 여정에 속도를 너무 냈나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늦었지만 시술과 약물로, 음식과 운동으로 조절하니 앉았다 일어나는 일이 좀 편해졌고, 똑바로 누울 수도 있어 살 것 같다. 이제라도 나의 안전을 위해, 더 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며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건강하면 다 갖는 것, 그간 건강을 지키지 못해 얻은 깨달음이 더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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