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마침표' 후 얻은 `삶의 쉼표' 쌓아둔 성찰의 기록들 엮어내다
`공직 마침표' 후 얻은 `삶의 쉼표' 쌓아둔 성찰의 기록들 엮어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3.02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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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첫 수필집 `달빛 소나타' 출간
6부 구성 … 일상경험·사색 45편 수록

“뒤를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가족과 이웃들에게 소홀했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작은 이파리의 끝에 맺힌 빗방울이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잠시 후 사라질 작은 빗방울이지만 그 속에는 자연의 싱그러움도 삶에 대한 애환도 함께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삶 또한 작은 빗방울처럼 잠깐 왔다 사라져 가는 것 아닐까? 바쁘다는 이유로, 나도 힘들다는 이유로 눈여겨보지 않고 소홀히 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다.”

-본문 중에서

공직에서 퇴임 후 문학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신찬인 수필가(사진)가 첫 수필집 `달빛 소나타'를 출간했다.

살아온 시간 만큼의 경험과 사색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책은 6부로 구성했다. 1부 `생각이 머무는 아침', 2부 `바람소리길', 3부 `함께 노을을 보다', 4부 `한여름밤의 추억', 5부 `백로의 꿈', 6부 `그대 곁에 있음에' 등 45편의 글과 문학인 5인이 들려주는 `신찬인 수필가를 말하다'를 부록으로 넣었다.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저 살아오면서 퇴적된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씩 들추어내어 정리하던 중, 우연히 수필가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생각을 맴돌 뿐, 글은 쉽게 써지지 않았다는 그의 고백은 글의 연차를 불구하고 문학인이 갖는 평생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보고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고 나면, 무언가 완성되지 않은 부족함과 허전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곤 한다. 생각으로 정리되지 않는 사물의 이치, 글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면서도 “그럴 때면 글을 쓰기 전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나를 비교해본다. 상상과 사유를 통해 나는 얼마나 정직하고 겸손해지고 지혜로워졌는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문학은 끊임없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들려줬다.

문학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게 그의 소신이다. 글 쓰는 일 외에도 홀로 피아노를 치는 시간을 갖고, 합창단에 가입해 노래로 사람들과 하모니를 이룬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에 자신을 맡겨두고 생활 속 이야기와 의식의 흐름을 글로 풀어냈다.

 

“짧은 식견으로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는 것 자체가 어쭙잖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문학이라는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것은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면서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속삭임, 개울에 있는 작은 돌 하나에서도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고 글 쓰는 행복의 소회를 전했다.

문학을 통해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큰 힘이라고 말한다. 감추고 싶었던 것,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무심결에 지나쳐버렸던 것들을 끄집어내어 표현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단다.

“가끔은 사는 게 허전하고 시들해질 때가 있다.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 시큰둥해질 때면, 외면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찾으려고 사색에 젖곤 한다. 커피의 향기를 음미하며, 종소리의 맥놀이에 귀 기울이며, 물결의 끝자락을 바라보면서, 희미해지고 멀어져 가는 것을 쫓아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며 “그렇게 삶을 되작이며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글을 쓰면서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인 작가는 2016년 푸른솔문학으로 등단했다. 청주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청솔문학작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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