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투기 독립 선언 임박…KF-X 시제기 출고 초읽기
韓 전투기 독립 선언 임박…KF-X 시제기 출고 초읽기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3.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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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본사서 기자설명회
정부 "KF-X 시제기 출고, 기념비적 이벤트"

미국 이전 거부한 핵심기술 우리 업체 제작

스텔스 기능, 함재기형태 개발 등 발전 여지

날씨로 인한 시험 지연, 인도네시아 등 변수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할 한국형 전투기(Korea Fighter Experimental, KF-X)가 실체를 드러낸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했던 핵심기술을 우리 방위산업체들이 개발함으로써 전투기 기술 독립을 선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형 전투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4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오는 4월 한국형 전투기 시제 1호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에 관여해온 방위사업청은 4월 시제기 출고에 대해 "KF-X 시제기 출고는 대한민국이 태어난 후 처음 개발하는 전투기라는 점에서는 기념비적인 이벤트"라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도면으로만 하다가 형상화시켜서 정말 성능이 나오는지 검증하기 시작한다는 시작단계"라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호기를 포함해 시제기 6대를 제작하고 있다. 시제 1~3호기는 올 연말까지 제작 완료된다. 시제4~6호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작 완료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내 고정익 공장에서는 시제 1호기 조립 작업이 한창이다. 시제 1호기 공정은 92~93% 수준이다. 도장과 엔진 결합, 세부 잔여 작업 등만 남아있다.



시제기 6대는 각각 형상이 다르다. 비행시험 등 시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모양과 기능이 다르다. 6대 중 1호기 같은 단좌형은 4대, 2명이 탈 수 있는 복좌형은 2대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기술 독립'의 현장이기도 하다.



앞서 미국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4대 핵심기술인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획득·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 등의 이전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방위산업체들은 국내 개발을 추진해왔다.



AESA 레이더는 공중과 지상, 해상에 있는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레이더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이 이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8월 시제품을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납품했다. 시제기에 이미 AESA 레이더가 장착돼있다.



적외선 탐색추적장비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이 장비는 공대공 표적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추적한다. 2018년 12월 설계가 완료됐고 이달 중 시제품이 납품될 예정이다.



전자광학 표적 획득·추적장비 제작사 역시 한화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공중과 지상에 있는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데 쓰인다. 2019년 3월 설계가 완료됐고 내년 10월 시제품이 납품될 예정이다.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가 포함된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는 LIG넥스원이 개발했다. 이 장비는 위협 레이다 신호를 탐지·교란하고 채프와 플레어탄을 쏜다. 설계는 2018년 12월 마무리됐고 지난해 11월 시제품이 납품됐다.



4대 핵심기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자식 비행제어 안전필수검증(아이언버드) 역시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장비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공장 안에 설치된 아이언버드는 비행시험을 하기 전에 안전을 검증하는 필수 장비다. 모의실험장치(시뮬레이터)로 가상 비행을 실시하면 아이언버드에 달린 장치들이 실제 한국형 전투기가 비행하는 것도 동일한 부품 움직임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공중에서 고장이 나는 상황 등을 미리 실험해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시제기 출고에 이어 내년에 첫 비행 행사를 열 계획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 창출 규모는 1만1854명이다. 사업이 지속되는 2028년까지 생산유발 효과는 약 24조4000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약 5조9000억원, 기술적 파급효과는 약 49조5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약 11만명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전투기는 앞으로 스텔스 기능까지 갖추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자설명회에서 스텔스 기능 장착 여부에 대해 "KF-X는 스텔스를 목적으로 개발되는 항공기는 아니지만 외형은 스텔스 형태를 갖추고 있다"며 "한편으로 산학연이 함께 도료 등 다양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항공기가 경항공모함에 실릴 함재기 형태로 개조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KF-X 네이비를 고려한 적은 없다"면서도 "경항모 크기에 따라 항공기가 어떻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점진적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다만 사업 성공까지 난관이 남아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사업기간이 10.5년이지만 짧은 일정을 압축한 것이라 일정이 촘촘하다. 하나라도 수행이 제때 안 되면 항공기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며 "1년여간 지상시험을 하고 4년여간 비행시험을 해야 하는데 날씨가 좋아서 계획된 시험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 52시간 한계가 있어서 그 부분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라며 "건의를 하자면 연구개발은 주 52시간을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 역시 변수 중 하나다. 사업비 중 20%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가 중도 이탈하면 사업비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혹시 공동개발이 무산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데 절차들이 있다.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며 "공동개발이 잘 됐을 때와 못됐을 때 어떻게 할지를 놓고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담으로 말하면 우리가 IMF(국제통화기금)를 맞았을 때인 1998년, 1999년에 돈 내기 힘들었을 때 다른 나라들이 많이 기다려줬다"며 "이것은 업체 간이 아닌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의 문제이므로 조금 지켜봐 주시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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