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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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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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도의 딜레마
한 덕 현<편집국장>

연말 대선을 향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물론, 한나라당의 경선이 선거정국을 조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덩달아 언론들도 바빠지기 시작했고,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 내고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기자들은 말할것도 없이 피곤하다. 후보들을 밀착 취재하면서 변화무쌍한 정치판을 정리해 지면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될 수밖에 없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잠시 한눈만 팔아도 기사를 놓치게 되고, 이로 인해 얻는 것은 무능한 기자라는 달갑지 않은 딱지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에겐 선거철이 별로다. 고생하는 만큼 피드-백도 없다. 때로는 남의 잔치에 들러리를 선다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꼭 연대나 연도를 적시하지 않더라도 과거엔 언론사 스스로 선거철을 반겼다. 장사()가 잘 됐기 때문이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의 입장에선 언론사 문턱만 봐도 황공무지로소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적절히 요리만 하면 원하는 반대급부를 얻어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생존기법이 철저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다. 언론사나 기자가 혹시나 하며 뭘 바라기는커녕 되레 기자가 후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상황이 됐다. 과장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선거문화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언론사 종사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실감한다. 그러니 기자들한테 선거철이 반가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일만 많아졌고, 심적 부담은 그만큼 더 커졌다.

언론사 특히 기자들에게 있어 요즘같은 선거철의 가장 큰 부담은 '선거보도'로 통칭되는 보도와 기사에 대한 당사자들의 견제와 주문이다. 물론 선거보도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이다. 한마디로 후보들을 공평하게 다루면 그만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언론사 전체와 조직 책임자의 정치적 성향, 후보와 기자의 관계, 또한 주변의 역학관계 등 숱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지금같은 대선전은 그래도 양반이다. 지방선거 때는 정말 선거보도에 고민이 많아진다. 말 그대로 한다리만 건너면 후보자 모두가 취재기자는 물론 해당 언론사의 종사자들과 인맥관계를 형성하는 지역사회의 한계상, 선거 내내 유무형의 견제와 청탁,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사 한줄이 빌미가 돼 기자와 후보, 혹은 특정 언론사와 후보가 평생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보의 입장에선 당연히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를 곱게 봐 줄 리가 없고, 이러한 이기가 가장 많이 상충하는 때가 요즘같은 선거철이다.

선거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정량(定量)이나 정성(定性)에 대한 획일적이고도 명확한 준거틀이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이나 후보마다 똑같은 양의 기사를 쓴다는 것도 힘들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도 균형을 맞춘다는 게 신이 아닌 한 녹록지가 않다. 그 척도나 계량을 규정짓기가 난해한 것이다. 이는 공정성과 개관성이 생명인 선거보도가 그동안의 숱한 사회적 견제장치에도 불구,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선거 때 기자들을 고민케 하는 것은 또 있다. 국가적인 명분, 그리고 사회적 요구는 정책선거이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이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심하게 얘기하면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보다는 후보자들의 신변잡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신문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후자쪽이 훨씬 역동적이고 적극적이다. 신문도 팔려야 하는 상품임을 감안하면 이 또한 언론종사자들의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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