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만드는 벌채는 산림 훼손?
민둥산 만드는 벌채는 산림 훼손?
  • 정예지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 승인 2021.02.24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정예지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정예지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요즈음 청주시 오송읍 공북리 시 소유 임야 벌채에 대해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하루에도 주민들의 민원전화가 여러 통 오기에 언론사도 의문을 갖는 눈치다.

“왜 저렇게 빡빡 깎나? 보기 흉하다.”, “녹지 파괴 아니야? 내 등산로 그늘 다 없어졌다.”

워낙 눈에 띄는 위치에 면적도 넓다. 시민들의 걱정이 이해가 된다. 아기 배냇머리를 깨끗하게 밀어야 다음 머리카락이 굵고 튼튼하게 난다는 속설이 있다. 벌채가 이와 같다. 시원하게 밀고 다음 녹색 옷을 입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헐벗은 그 순간이다.

신기하게도 이발 뒤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머리카락과는 달리 벌채 산물에는 다양한 용도가 있다. 일단 나무를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도 세워두는 것만큼이나 베어서 활용하는 것도 이롭다.

나무는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를 잡아두는 저장 창고다. 잘라내어 가구재나 건축자재로 이용하면 오랫동안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베어낸 공간에 쌩쌩한 어린나무를 심어 더 많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할 수도 있다. 베어낸 나무를 불쏘시개로 써도 좋다. 땅속 탄소를 필연적으로 대기 중으로 뿜는 화석연료와 달리 태생적으로 탄소 중립이다. 공기 중에 탄소를 늘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산림녹지를 수호하는 녹지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벌채에 대한 이런 뜨거운 관심이 굉장히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2019년 기준으로 청주에서만 275㏊(축구장 약 275개) 벌채 허가가 나갔고 그 땅에 아기 나무를 심고 주변 풀을 깎아주고 빽빽한 나무들 솎아베기도 하고 끊임없는 관리가 진행 중이다. 이는 적극적 산림경영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이라고도 한다. 심고 가꾸고 베고 심고 가꾸고 베고. 베는 행위는 필연적이다.

미세먼지 줄이기 측면은 어떨까?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젊은 숲은 오래된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한다. 20~30년의 젊은 숲은 흡수량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리고 침엽수보다 이파리가 큰 활엽수가 1.5배 많이 흡수한다. 공북리 벌채지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소나무류(침엽수)를 활엽수로 교체하는 중이니 앞으로 미세먼지도 더 많이 흡수할 것이다. 이번 벌채 행위가 미숙한 필터 교체처럼 보일지라도 초강력 쌩쌩 필터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시민들의 걱정은 어쩌면 당연하다. 숲은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고 존재만으로도 이롭다. 물도 저장하고 미세먼지도 거르고 산소도 만들고 그늘도 만들고 정신적인 안정감도 준다. 근데 그게 없어졌으니 걱정이 된다. 우리는 그 숲을 수호하는 사람들이다. 산림 훼손이 아니라 산림경영의 일환임을 믿는다면 우리들의 노력은 언제고 청량감 있는 아름다운 숲으로 나타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