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대학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대학은 안녕하십니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2.24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다. 청주대학교에 때아닌 화환이 등장했다. 그것도 3단으로 꾸며진 화환이 40여개나 된다. 추·윤(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 갈등에서 보던 화환이다.

언제부턴가 화환은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이 됐다.

청주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필이면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한 달 앞둔 시점이라니.

청주대 직원노조는 2017년부터 대학 측과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추진했지만 4년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 대학 캠퍼스에는 2018년부터 대학노조가 부착한 선전물 등이 3년째 설치돼 있다.

결국 사달이 났다.

청주대 직원노조가 지난 19일 이 대학 총학생회 학생 등 30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학생들이 대학 본관 등에 설치한 선전물 100여개를 무단 철거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혐의다. 고소당한 학생들은 맞불을 놨다. 지난 22일 고소한 대학노조를 규탄하는 의미로 대형 화환을 대학 본관 1층부터 노조 사무실까지 설치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며 교육부 평가 결과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고 노조는 대학 측의 단체협약 불이행을 탓하고 있다.

청주대에서 일어난 일이 낯설지 않다.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앞둔 3년 전에도 벌어졌다.

2018년 2월 당시 총학생회 학생들은 파업을 결의한 노조를 향해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다. 다행히 2주기 평가에서는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면서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1일 천막농성을 결정한 노조원 앞에서 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더이상 분규대학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말아 달라고 부실대학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 달라고 읍소했다.

3주기 평가를 앞두고 다른 대학들은 살얼음판을 걷듯 숨조차 쉬지 못한다. 그런데 한수이남 최초 4년제 대학이라는 청주대는 위기 앞에서도 참으로 당당하다.

반면 서원학원은 최근 새 재단 영입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파면과 재임용 탈락 등의 이유로 6년여 간 강단에 서지 못한 송호열 서원대 교수의 재임용을 결정했다. 송 교수는 수년간 소송전과 교원소청을 이어갔다. 당연히 송 교수와 법인의 갈등의 골은 깊었다. 하지만 결국 풀었다. 송 교수는 다음 달 1일부터 캠퍼스로 돌아온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원학원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과거 분규와 모든 과오를 씻고 모든 구성원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송 교수의 재임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3주기 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위기를 바라보는 구성원의 생각 차이는 결과가 말해준다.

입학자원 감소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안심했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식을리가 없음을 아니까.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1학년도 4년제 대학 추가모집 인원은 역대 최대인 162개 대학에서 2만6129명으로 나타났다. 전년(9830명)보다 1만6299명이 증가했다. 정시모집 충원을 통해서도 채우지 못한 충북 도내 11개 대학의 추가 모집인원은 1986명이다.

2000년 이후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학은 17곳이다. 폐교 사유는 사학비리, 재정악화, 학생충원난 등 다양했다.

“졸업한 대학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도내 대학 졸업생들이 “문 닫았다”라고 답변 할 날도 분명 도래 할 것이다. 도내 대학들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