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길고양이 급증 … 민원 폭주
`불청객' 길고양이 급증 … 민원 폭주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1.02.2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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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올들어서만 300건 접수 … 2천마리 달해
괴성 지르고 음식물쓰레기 파헤치고 … 불편 호소
시, 8500만원 예산 편성 … 568마리 중성화 계획
한 주택가에서 고양이 두마리가 햇볕 비추는 빨간 차량위에 올라가 추위를 녹이고 있다. /뉴시스
한 주택가에서 고양이 두마리가 햇볕 비추는 빨간 차량위에 올라가 추위를 녹이고 있다. /뉴시스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56세 이모씨(여)는 며칠 전 늦은 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기겁하는 일을 겪었다.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쉼 없이 울려 퍼지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혹시 아이가 길을 잃었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울음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간 이씨는 처음 보는 장면을 목격했다. 어미 크기쯤의 고양이 두 마리가 괴성을 질러대며 싸움 일보 직전 신경전을 펴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그리 큰지 몰랐어요. 꼭 악을 쓰는 어린아이 울음소리 같았어요.”

고양이는 이씨의 인기척에도 괴성을 전혀 멈추지 않은 채 서로 맞섰고, 겁이 난 이씨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요즘 청주시에 길고양이로 인한 생활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청주시 축산과 동물보호팀 모병설 주무관은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청주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길고양이로 인한 소음과 생활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하루 2~3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에도 흥덕구 오송읍의 한 오피스텔에서 “길고양이가 너무 많아 골치 아프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지난 1월부터 청주시에 접수된 길고양이 불편 민원 건수만도 3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신고된 길고양이 개체 수도 2000여 마리에 이른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버려지거나 집을 뛰쳐나온 반려묘가 길고양이로 야생생활을 하며 왕성한 번식력으로 개체 수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겨울철 길고양이의 주 서식처.

그러다 보니 열기가 남아있는 차량 보닛과 차량 밑을 옮겨다니면서 무방비상태의 주민들을 놀래키기 일쑤다.

괴성의 울음소리는 물론 먹거리를 찾아 음식물쓰레기를 파헤치고 여기저기 배설물을 남기는 등 주민 생활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청주시는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폭주함에 따라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고양이 한 마리의 중성화 수술비는 대략 15만원선. 올해만 8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3월부터 길고양이 포획작업을 시작해 모두 568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536마리를 중성화시킨 바 있다.

반려동물로 귀여움을 받던 고양이가 야생 길고양이로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도심 주민생활불편을 초래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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