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의 조건
독재의 조건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 승인 2021.02.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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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무엇을 독재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묻는 시간이 있었다. 사전적 정의를 떠나 주관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독재자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기만의 색깔로 독단적 정치를 하는 집권자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견제시스템을 무시하거나 없애버리고 일방적 정치를 하는 것일까.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이 땅에 돋아날 때다. 미국의 개입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수많은 피의 대가로 민주화를 이뤄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이 언제나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 등의 단순구조 플롯을 갖고 있다면 오산이다. 이란 테헤란에서 나고 자란 작가 아민 하산자데 사리프의 <파란 나무>는 독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어마어마하게 큰 파란 나무가 있다. 나무의 줄기는 뻗어나가 모든 집에 드리워졌고 마을 사람들은 파란 나무와 더불어 행복했다.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에서 각종 예술 활동도 하고 사랑을 나누며 즐거웠다. 오직 한 사람, 그 나라의 왕만은 파란 나무가 자신의 왕궁과 자신보다 칭송받는 것이 못마땅했다. 왕궁 가까이 뻗은 가지는 잘라내고 해마다 성벽을 높여도 나무의 가지는 계속 성벽을 타고 오른다. 어디 그뿐인가, 행차를 할라치면 나뭇가지 때문에 고개를 숙이거나 나뭇가지 밑으로 가야 했다. 화가 난 국왕은 어느 날, 파란 나무를 베어버리라는 명령을 한다. 왕의 군인은 군인답게 명령에 충실했고 사람들은 안된다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베어진 그 자리엔 국왕의 조각상이 세워졌다. 세계 어느 나라든 독재의 패턴은 비슷하다. 어쩌면 독재는 자기애성 인격장애처럼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 사람들로부터 무한 관심과 권위가 생길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을 사람들 집에 남아 있던 잘려나간 가지들이 하나씩 뿌리를 내려 한그루의 파란 나무가 된다. 마을 한가운데 있던 파란 나무는 이제 집집마다 생기게 되었다. 마을이 숲이 된 것이다. 허를 찌르는 결말이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독재를 물리친 것은 아니지만 국왕은 얼마나 열통이 터질까 생각만으로도 통쾌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독재의 조건 중에 기간을 생각한다. 그날의 주제 인물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현재까지 그는 국민 투표로 20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헌법을 개정했으니까 앞으로 한 만큼 더 집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러시아엔 민주주의는 없을 것이다. 러시아 국민은 과거 영광에 사로잡혀 대통령을 `차르'와 혼동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리비아의 군인 정치가 `카다피'는 42년간 장기집권했고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렸다. 심지어 북한이나 아이티, 쿠바는 독재와 세습을 함께 이뤄내 독재의 끝판왕이 되었다.

우리가 독재의 유혹과 억압에서 자유 하려면 깨어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엔 독재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 국민이 많다. 러시아 국민처럼 옛날의 그때가 좋았다는 괴상한 논리의 향수에 젖어 독재 시절을 미화한다면 그들이 민주주의 독이다. 혹시, 내 안에 독재의 조건이 은근히 자라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존엄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작게는 가정과 일터에서 자신의 독재를 견제하고 광의적으로는 관성(?)으로 뽑아 준 정치인이 독단적으로 일 처리하지 않는지 감시와 격려의 양가적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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