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가 주는 질식감
아동학대가 주는 질식감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2.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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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한 지 어느덧 석 달째로 접어든다. 신축년은 `하얀 소의 해'라고 한다. 예로부터 흰 소는 신비하고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흰 소의 기운을 받아 좋은 일만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다.

백신 접종이 세계 곳곳으로 보급 범위가 넓어져 코로나19 종식 등 모든 행운이란 행운은 다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테다.

새해 들어서도 반갑지 않은 소식은 있기 마련이다.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빈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갇힌 생활 속에 답답함이 더한 터에 이런 사건들은 국민의 질식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건만 보면 소름이 돋을 만큼 잔인하다. 의사표시도 할 수 없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자행된 폭력은 패륜범죄 그 자체다.

수원에서는 20대 미혼부가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영아를 때려 숨지게 했다.

그는 수원시 영통구 자택에서 생후 29일 된 아기가 계속 울자 “짜증 난다”라는 이유로 반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다.

아기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태연하게 119에 직접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익산에서도 20대 부부가 생후 2주 된 아들을 침대에 던지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아이 얼굴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고 한다.

아이는 분유를 먹지 못하고 토하거나 눈 한쪽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다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용인에서는 10살짜리 여자아이가 친이모와 이모부에게 폭행과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당하다가 결국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아홉 살·일곱 살 아들을 둔 부모인 기자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다. 모두 같은 마음이기에 국민적 공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사건이 비단 다른 지역의 일만은 아니다.

충북에서도 2017년 352건, 2018년 436건, 2019년 508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됐다.

매년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3년 만에 무려 44%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진천 `안승아양 암매장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친모는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조에 물을 받아 승아의 머리를 수차례 넣어 숨지게 했다.

친모는 계부와 짜고 승아를 야산에 암매장했고, 시신은 결국 찾지 못했다.

끔찍한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 학대 실태와 본질적 해결 방안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녀체벌 금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이 지난 1월 8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법 개정을 통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법적으로 명확히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방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태껏 그랬듯 땜질식 처방은 더는 안 된다.

부모와 가정, 학교 등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사랑의 회초리'로 이뤄지는 자녀 훈육도 이제는 허용돼서도 안 된다. 체벌은 아동학대의 시작이다. 아무 힘 없는 아동들을 상대로 한 학대는 가장 비겁하고 야만적인 범죄다.

오죽하면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을까.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분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제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수 없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해결책 찾기에 국민 모두가 뜻을 같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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