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어느 거리에 서 있는 듯
70년대 어느 거리에 서 있는 듯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2.18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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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보은 회인마을 돌담길
이야기 품고 돌아가는 담
골목골목 걷는 재미 쏠쏠

 

이따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한, 촌스러운데 왈칵, 정감이 가는 그런

사물과의 대면은 시간이라는 레트로 감성을 불러옵니다.

한때의 영화가 스러져간 회인마을이 그런 곳입니다.

마치 70년대 어느 거리에 서 있는 듯,

마을 전체가 느릿한 달팽이처럼 시간을 부리며 흘러갑니다.

골목 골목이 돌담으로 이어진 길은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돌 하나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구불텅 돌아가는 담,

그 낮은 담장이 주는 편안함과

납작하고, 둥글고, 네모난 돌들이 하나 된 돌담의 아름다움은

누적된 시간의 깊이가 더해져 타인에게도 고향이 되어줍니다.

돌담을 끼고 감나무, 은행나무가 한껏 고개 내밀고 서 있고

담장 안에서는 삶의 편린들이 낡은 풍경으로 펼쳐집니다.

마천루 같은 일상이 아찔한 현기증으로 찾아올 때

멈추기엔 불안한 현대의 속도가 허방으로 느껴질 때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어눌한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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