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과거를 파헤치다
미술관의 과거를 파헤치다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1.02.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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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공간이라면 당연히 미술관과 갤러리가 떠오른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의 유명 미술관의 과거모습은 어땠을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은 원래 왕궁이었던 건물이어서 웅장함과 화려함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현대미술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영국의 테이트모던은 화력발전소였으며 템즈 강가에 남게 된 발전소 건물을 허물기보다는 미술관으로 활용하기로 해 낡은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데이트모던보다 훨씬 앞서 리노베이션을 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오르세 기차역이었으며 중국 현대미술의 메카로 떠오른 베이징의 `다샨쯔 798'예술구는 뉴욕의 소호에 비유될 정도로 세계적인 예술인들의 인정을 받는 곳으로 한때 2만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던 군수공장이었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의 대표적인 문화역사지구인 디스틸러리 디스트릭의 본래 모습은 한때 세계 최고규모의 양조장이다. 이렇게 태생이 다양한 미술관을 생각하며 최근 필자가 방문한 목도 양조장을 떠올렸다. 이곳을 예술공간으로 바꾼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충북 괴산 불정면에 위치한 100년 된 목도 양조장은 외관부터 옛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1920년 일본인이 만든 양조공장으로 적산가옥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이곳은 1937년 현 소유주의 할아버지가 인수했으며 건물 곳곳에 붙여놓은 붓글씨로 쓴 나무 간판은 1960년에 만들어졌다 하니 간판 역시 50여 년도 넘는 역사를 품고 있다. 양조장 내 여러 도구는 그 자체로 근대유물이며 작은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하다.

필자가 여행을 다닐 때면 늘 그 지역의 시장을 먼저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세계 어느 곳이던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곳 지역주민들의 하루하루 순간을 저장한 진행형 역사박물관을 관람하는 것과 같다. 목도 양조장과 함께 바로 옆 목도 시장이 괴산의 생활박물관인 듯하다.

100년 된 양조장과 더불어 시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50년대부터 70년대 그리고 최근 건축물까지 시공간을 잔뜩 품고 있는 시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생활박물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사연과 시간이 느껴지는 목도 시장의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며 단계별로 조심스럽게 철거를 하고 새로운 구조물을 보강하며 기존 마감재를 다듬고 그 위에 미래의 시간을 건축하면 어떨까 한다. 100년 역사를 지닌 목도 양조장은 양조장이라는 목적성을 뛰어넘어 한계와 경계를 무너트림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목도 양조장을 목도마을 호텔라운지라는 체험·공간적 개념으로 관계를 형성케 하고 웰컴드링킹 제공과 지역 작품 전시 등 문화 콘텐츠 활동이 가능한 곳으로 개방하면 좋을듯하다.

목도 시장 골목의 건물 외벽은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관광객들에게 일상의 위로를 전하고 목도 시장 옆 양조장은 매일 밤 사람 사는 맛을 새롭게 담는 목도마을 호텔라운지공간이 된다.

그리고 목도 시장 내 옛 다방, 작은 책방, 빵집과 식당, 한의원은 한계와 경계를 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하루하루 새로운 문화 이야기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시장으로서 팬데믹시대 뉴노멀 문화예술시장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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