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2.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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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
공진희 부장(진천)

 

1835년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했다. 공식 이름이 `콜론 제도'인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로부터 1000km 떨어진 적도 주위의 태평양의 19개 화산섬과 주변 암초로 이뤄진 섬 무리이다. 에콰도르 영토로 갈라파고스 주에 속한다.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거치며 생물종의 진화에 대한 생각을 촉발할 수 있었다. 대형 거북, 바다 이구아나, 핀치새 등 갈라파고스 제도의 독특하고 다양한 생물들은 다윈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다윈은 이곳에 5주 정도 머물면서 검은새, 휘파람새, 굴뚝새 등 여러 종류의 새로 추정되는 표본을 채집했다.

지금은 다윈핀치라 알려진 이 새들을 정작 다윈 자신은 핀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새들의 정체를 밝힌 것은 비글호 항해가 끝난 뒤 다윈에게서 표본을 넘겨받아 조사했던 영국의 조류학자 존 굴드였다.

굴드는 다윈이 채집한 새들이 변종이 아니라 핀치의 새로운 종들임을 밝혔다.

다윈은 여기서 갈라파고스 각각의 섬들의 다른 환경이 한 종의 핀치새를 다르게 진화시켰다는 힌트를 얻게 되고 수많은 연구 끝에 그 유명한 `종의 기원'을 완성시킨다.

최근 산업계에서 갈라파고스化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갈라파고스 증후군 또는 갈라파고스화는 갈라파고스 섬에서 특이한 형태의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것처럼 특정 지역 시장에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 제품이 발전되어 국제표준과 세계시장에 맞지 않게 되고 결국 기술력과는 상관없이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IT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석권했으나 1990년대 이후 점차 국제시장의 주도권을 잃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일본 총무성이 연구를 의뢰해 2007년 `일본 무선 전화 시장 보고서'가 나오게 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IT산업 부진의 이유는 국제적인 표준을 무시하고 일본 내수시장에서만 통용될 제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게이오기주쿠대학 교수였던 나쓰노 다케시는 이러한 경향을 다윈이 독립적인 진화 경향을 연구했던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대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이름붙였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이나 미국의 자동차 산업 등 다른 나라의 비슷한 상황에도 사용되고 있다.

갈라파고스화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문가들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변화 거부를 꼽는다. 이미 하나가 된 글로벌 경제에서 자국의 산업과 소비자만을 겨냥하여 특화된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글로벌 산업의 트렌드와 멀어지거나 고립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는 특히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기 쉬운데 정치권력이 사회 다른 분야를 통제 가능한 국가의 경우 가속화되기 쉽다. 그래서 통제하기 쉽다는 이유로 구시대적인 행태가 많이 남아있는 나라들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어 국가가 발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이 철조망에 가로막혀 반도이지만 사실상 섬나라에 가깝다. 또한 내수 시장이 적어 수출에 의존하는 특성상 산업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세계 고객들의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는 속도와 깊이에서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양성은 새로운 생각과 운영방식들을 배우는 방법이며 새로운 시장과 고객들에게 가는 길을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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