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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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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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총회를 다녀와서…
이 재 경부장(천안)

깜짝 놀랐습니다.

노사모 총회가 열린 지난 16일 저녁 국립청소년수련원 강당에서였습니다.

행사중 취재노트를 펴놓고 좌석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가와서 다짜고짜 명함을 달라고 합니다.

강압적, 아니 위압적 분위기에 할 수 없이 언짢은 표정을 하면서 명함을 주었습니다. 이유를 물었죠. 어떤 기자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노사모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 보이는 그는 제 명함-곧 휴지통에 들어갈 것이 뻔한 불쌍한-을 받아들고 다른 좌석의 기자를 향했습니다.

이날 저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8차 정기총회를 취재하는 중이었습니다. 초저녁 행사장에 차를 타고 들어갈 때 부터 분위기가 좀 그랬습니다.

주차 안내를 하시는 노사모 회원들이 두 번이나 차를 세우며 어디서왔느냐고 '검문'을 했습니다. 기자라고 하니까 어디서 왔느냐고, 어느 신문사냐고 더 묻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친절하게 행사 책임자를 만나라며 데리고 갑니다. 백두산이란 별칭이 쓰인 이름표를 목에 건 그와 만나 명함을 건네고서야 통과의례가 끝났습니다. 왜 이렇게 까다롭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썩소'를 머금게 합니다. "여기 오면 안될 신문사들이 있어서요" 노사모에, 현 참여정부에 늘상 '딴지'를 거는 언론들은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후 앞서 얘기했듯 취재중에 난데없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두차례나 신분 확인을 당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조금 서글펐습니다. 노사모가 달갑지않아하는 언론사에서 기자가 '잠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리 색출을 하려 눈에 불을 켜고 뛰어다니면서 찾으려 했겠지요.

취재 중 내내 그 기자는 어떻게 됐을까하고 궁금했습니다. 명함을 '빼앗긴' 다음 몇 분 후 연단 뒤 스크린에 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가 전해지더군요. 중간쯤에 귀 담아 들을 만한 말씀이 600여 좌중에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지만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한다. 우리 민주주의도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대화와 타협, 관용,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 그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정치, 언론, 복지 등 3대 개혁 과제를 해결하자는 말씀이었습니다. 반가웠던 건 대통령께서 민주주의 가치 중 하나로 관용을 들었다는 겁니다.

'수구언론과 반노진영, 반개혁세력'에 맞서 싸우느라 원하던 원치않던 늘 듣기 거북한 '강변(强辯)'을 쏟아내야 했던 분이 하신 말이기에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께서 하셨건 안하셨건간에,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치인지 아닌지 모르는 이들에게도 관용이란 참으로 우리가 곱씹어야 할 중요한 덕목중 하나입니다.

누가 관용의 극치를 보여준 예로 예수님이 오른편 뺨을 맞으면 왼쪽 뺨까지 돌려대라는 것이라 하더군요. 그렇다면 공명이 맹획을 일곱번 잡고 놔줬다는 칠종칠금의 예가 있을 것이고(정치적인 목적이긴 했지만), 드골이 샤르트르를 용서해준 일이 생각납니다.

행사 이틀전 서울의 노사모 본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분을 밝히고 당일 총회장에 기자의 입장을 허용하는 지, 기자회견을 하는 지 여부를 물었죠.

대답이 듣기에 거북했습니다. 할 계획도 없고 굳이 언론이 우리 행사에 오는 것을 탐탁지않게 생각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전체 노사모 회원분들의 뜻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행사장에서 겪은 상황은 아직 노사모가 언론에 유연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날 행사장엔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이들이 많이 있더군요. 초청된 정치인들이 연단에 나와 침을 튀기며 열변으로 한나라당을 성토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많은 덕목들, 관용과 화해, 용서, 사랑, 존중, 겸양, 희생, 헌신 등 그런게 아닌 거친 단어들이 그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와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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