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낙하산 인사 청산할 적기
올해가 낙하산 인사 청산할 적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2.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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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방만한 경영, 만성 적자, 과도한 직원 복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마다 호화판 성과급 잔치. 우리 공기업들에 따라 붙었던 신문 제목들이 대충 이러했다. `혈세 잡아먹는 하마'라는 비난과 함께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기 일쑤였다.

공기업을 말하며 과거형을 쓴 이유는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즘은 별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잦아든 이유는 무엇일까? 공기업 경영이 호전돼 흑자로 돌아서고 내부 윤리나 기강이 사회적 비판을 비껴갈 정도로 바로 잡혔기 때문일까? 허망한 추정이다.

앞서 언급한 공기업을 장식했던 신문 제목들에서 빠트린 것이 `낙하산 인사'다. 공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과 부처 산하기관을 좀먹는 고질병이다. 이젠 불치병이 됐다. 친 정권 인사가 갑자기 내려와 더 좋은 기회가 생길 때까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낙하산 인사의 요체이다. 대체로 캠프 안팎에서 선거를 돕거나 낙천한 인사들을 포상하거나 위로하는 용도로 쓰인다. 당사자들은 때가 되면 선거용 공보 경력란에 써먹을 근사한 이력까지 하나 더 챙길 수 있으니 백골난망이 아닐 수 없다. 전투 후 논공행상에서 서운한 사람이 없어야 전력의 누수가 없듯이 선거가 끝났을 때도 응분의 보상을 베풀어야 내부 충성도는 올라가고 권력은 공고해진다.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부대를 위한 자리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이다.

가벼운 언설로 국민을 기만해온 정치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야당이 되면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집권당이 되면 자신들이 야당 시절에 했던 비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몰염치가 증상을 키운 주범이다. 지난 2013년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되자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들고 일어났다. 박근혜 정권이 공천 담합의 대가로 공기업 자리를 거래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한 2018년 그 자리는 이해찬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출신인 황창화씨에게 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카페인 `문팬'을 관리했던 인물이 공공기관 자회사인 코레일유통 비상임이사에 임명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통과는 상관없는 학원운영 경력이 있을 뿐인 그는 한달에 한 번 이사회에 참석하고는 연봉 1700만원을 받았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그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같은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고 사전 내정한 인물이 임명되도록 채용 과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가 모두 법정에서 인정됐다. 김 전 장관은 낙하산 인사를 조기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가 옥살이를 하게 됐다. 재판부는 그를 단죄하며 이번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종용 사례는 없었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주목하고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의 과잉권력만 적폐가 아니다.

올해 공무원연금공단, 전기안전공사, 국가철도공단, 산업인력공단 등 197개 공공기관이 기관장 등 임원을 뽑는다. 2018년 임명됐던 기관장들이 3년 임기를 마쳐 대규모 교체를 앞둔 것이다. 일부 기관의 노조들은 더 이상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벌써부터 저지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김은경 전 장관은 법정에서 `공공기관 임직원 사표 종용'은 이전 정권 때부터 이어온 관행이었다며 기소의 부당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청와대까지 이 주장에 공감하지 않기를 바란다.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면서 적폐청산을 외칠 수는 없다. 더욱이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대규모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치를 올해가 낙하산 인사의 폐단을 종식할 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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