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해진 국가의전 서열 3위
누추해진 국가의전 서열 3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2.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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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대법원장은 국가의전 서열 3위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에 이어서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영예롭게 호칭되는 사법부의 수장이다. 지금 그런 대법원장이 구차한 처지에 놓여있다. 문제는 이 사태가 그의 개인적 위기에 그치지 않는 데 있다. 그로 인해 법원 전체가 난국을 맞고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판사 탄핵소추가 그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뤄졌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역사에 남을 오명을 썼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가 사직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자질론에 휩싸여 있다. 그는 임 부장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나.” 당장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법부 독립보다 정치권의 눈치만 살폈다'는 비난이 법원 안팎에서 쏟아졌다. 심지어 판사 탄핵에 공감하고 일찌감치 정치권과 호흡을 맞춰온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도 받고있다. 국회에서 “임 부장판사를 만나 탄핵과 관련한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녹취록이 공개되며 거짓으로 밝혀졌다.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했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더 키우는 중이다.

그가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지않은 행위를 탓할 수는 없다. 당시 여당에서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도 헌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한 터라 탄핵을 부정할 명분이 떨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임 판사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탄핵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높았다. 그러나 사표를 반려하는 과정은 당당하고 명쾌했어야 했다. 정치권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치졸한 논리가 아니라 도망가지 말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정면으로 맞서자는 주문으로 임 판사를 설득했어야 했다. 정치권이 아니라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중을 헤아리자는 말로 임 판사의 처신에 일침을 가했어야 했다.

그에게서 문제삼을 발언은 이 뿐만이 아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임 부장판사를 만난 자리에서 법관 탄핵에 대한 의중을 이렇게 밝혔다.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있지 않으나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다른 상황이고 다른 문제이니까….” 이 발언 대로라면 김 대법원장의 탄핵에 대한 소신은 `비현실적이고 실현돼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다보니 이 소신을 감출 수밖에 없더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탄핵에 부하 판사를 몰아넣었다는 심증을 사기 충분한 대목이다. 녹취록 대로라면 탄핵의 부당함을 밝히고 본인이 먼저 사표를 썼어야 한다.

임 부장판사는 대화를 녹음할 작정을 하고 대법원장실을 찾았다. 그것은 일종의 덫이다. 나중에 상대를 빼도박도 못할 궁지로 몰아넣을 발언을 몰래 음성으로 확보하려는 저열한 수단이다. 잡배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대법원에서 그것도 대법원장과 부장판사 사이에서 벌어졌다.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을 믿지 못했다. 그가 녹취 준비를 하고 대법원장을 찾은 이유는 대법원장을 본인 입으로 말을 하고도 나중에 오리발을 내밀 믿지 못할 인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해 대법원장은 거짓말을 하다 본인은 물론 법원 전체를 수렁에 빠트렸다. 이런 능욕을 당하고도 자리에 연연하는 대법원장의 모습에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장삼이사'가 아니고 대법원도 일개 기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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