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만 막는다고 확산 꺾이나
귀성만 막는다고 확산 꺾이나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2.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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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대가족이 한데 모였다.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동태전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면서 고소한 향을 풍긴다.

열다섯 살짜리 집안 가장 큰 형은 꼬마 녀석들 앞에서 화려한 제기차기 솜씨를 선보인다.

설 당일, 말끔하게 차려입은 어른들과 아이들은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으며 복이 넘치는 한 해를 기원한다.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이 놓인 풍성한 아침상에 가족들은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어 기다리던 세배 시간, 오색 빛깔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절을 올린다. 이윽고 어른들은 “그래.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라는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건넨다.

지난해 1월 25일 종일 왁자지껄한 소리가 끊이질 않는 시골 종갓집의 설 풍경이다.

독하고 질긴 코로나19로 올해 설은 이런 풍경은 고사하고 분위기조차 나지 않는다.

전국에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가 설 연휴를 포함한 오는 14일까지 연장됐다. 설 연휴로 인한 이동 증가에 따른 감염 우려에서다.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핵심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엔 `설 연휴 예외 없이 적용되며 직계 가족도 거주지를 달리하면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사실상 귀성길을 차단한 셈이다.

고향길이 막히자 차례를 포기하는 가정이 늘었다.

대목 분위기가 물씬 풍겨야 하는 전통시장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게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 등으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도매가격까지 오른 탓에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설 이동 금지는 어김없이 `풍선효과'를 불러왔다.

호텔, 리조트, 펜션, 캠핑장, 골프장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족 단위 또는 지인 간 `4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5인 미만의 인원을 꾸려 연휴를 즐기려는 이른바 `설캉스(설+바캉스)족'이다.

귀성길은 막아놓고 설캉스는 제약할 수 없다 보니 자칫 설 연휴가 새로운 감염 확산에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편의시설이 집합돼 있는 리조트와 단체가 이용해야 하는 캠핑장만 봐도 그렇다.

대부분 리조트는 3D게임장, 놀이기구, 당구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집합돼 있다. 숙소에서만 머물 수 없다 보니 상당수 이용객이 리조트 시설을 찾아 유희를 즐긴다. 마스크 착용, 입장객 제한 등의 방역수칙을 지킨다 해도 한 공간에 10여명이 몰릴 수밖에 없다.

캠핑장도 마찬가지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생활하는 캠핑장 특성상 마스크를 벗고 즐기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캠핑장은 개수대와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다 전국 각지에서 온 캠퍼들 사이에서 접촉이 빈발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충북도는 설 연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군과 합동으로 숙박시설과 야영장을 점검한다고 한다.

지난해 추석 때처럼 단순 점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겠다고 고향길까지 못 가도록 한 마당에 `설캉스족'눈치 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강화된 거리두기에 걸맞게 `강화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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