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호암지
행복한 호암지
  •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
  • 승인 2021.01.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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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

 

대림산줄기가 뻗은 예성여중 아래 자연 연못(蓮池)이 있었다. `세종실록'149권, 충주목조엔 `大堤一小堤一(대제일소제일), 長四百八十尺灌漑六十六結(장사백팔십척관개육십육결)'즉, 대소 방죽이 하나씩인데 길이는 480척으로 66결에 물을 댄다는 기록이 있다. `연못'이 `소제'로 거듭난 것이다.

이것을 일제가 산미증산을 위한 농업용수개발을 하고자 확장해 소재지 호암리 이름을 따서 `호암지'라 했다. 하지만 도시확장으로 도심호수화 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로에 의해 호수면적이 줄고, 나뉘고, 호안(湖岸)은 직선·직강화됐다. 그럼에도 시청과 환경단체의 수질개선을 위한 노력과 생태호수로 관리하기로 한 합의에 의해 이만큼이라도 보전된 것은 다행이다.

호수로부터 지속적인 행복을 얻기 위해 고민할 게 있다. 상하연못 통수(通水)공간을 넓혀야 한다.

지금처럼 작아선 수질과 생물서식에 악영향을 준다. 넓게 포장된 길은 황토오솔길로 돌려야 한다. 물가를 완만하게 해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 잡다한 구조물들을 없애고 숲은 푸르게 해야 한다.

바라만 보는 호수가 돼선 안 된다. 제방사면을 잔디미끄럼틀로 쓰고, 그 아래 논을 매입해 물·빙판놀이터로 꾸미면 어떨까. 미끄럼타고 내려가 물놀이장에 풍덩!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겨울엔 썰매장이면 좋겠다.

도심 `생태씨'인 호암지는 달천과 생태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 사이 농경지를 매입해 생태저류지를 만들면 도심홍수방지와 열섬저감, 종(種)다양성에 도움도 되고 풍성한 생태교육장이 된다. 순천만만 부러워하지 말고 호암지와 충주평야, 달천을 연결하는 습지공원을 만들자.

또한 호변 건물을 매입해 방문자센터와 역사관과 휴식형 작은 도서관도 꾸미자. 휴식의 질을 높일 곳이 필요하다.

호암생태전시관은 사무실과 회의실을 없애고 말 그대로 전시관이 돼야 한다. 엑스트라를 주연으로 만드는 조명경관은 필요치 않다. 시간이 쌓인 오솔길이 있는데 또 혈세 들여 길을 낼 이유도 없다.

철저히 안전하게 걷는 곳이 돼야 한다. 대체도로를 내 차량을 우회토록 해야 한다.

호암지공원 주연은 호수다. 모든 사업은 맑은 물과 경관을 지키고 누리도록 해야 한다. 그간 사업은 주연을 약화시키는데 확실히 기여했다.

주연을 돋보이게 할 순 없을까? 호수 중앙에 수중수상(水中水上) 유리 정자형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 노 저어 가서 이 카페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그 디자인 소재는 강제동원 돼 호암지를 만들었던 조선인과 사라진 사직단, 연지 이름을 활용하거나, 수소도시충주를 상징하는 미래적인 것도 나쁘지 않다.

아픔이 어린 호암지를 멋지게 승화시키자. `연지'이름도 되찾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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