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뜬금없이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분산배치를 추진해 충북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전남도는 국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전남에 추가로 유치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내 유일의 백신산업특구가 화순군에 지정돼 있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국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공식 신청했다.
국내 첨복단지는 이미 충북 오송(청주)과 대구·경북 두 곳이 지정돼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두 곳을 첨복단지로 지정하면서 첨단의료 분야에서 아시아 최고 역량을 갖춘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첨복단지 조성에는 30년간 5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82조원 규모 생산 증가와 38만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이 가능한 꿈의 프로젝트다.
궁극적으로는 이곳에서 개발된 혁신 신약과 첨단의료기기를 기존 단지 등 생산시설과 의료기관을 통해 국내외 의료서비스 시장에 공급·확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연계와 협력의 필요성이 이미 제기된 것이다.
충북은 애초 첨복단지가 오송 한 곳으로 정해질 것을 예상했으나, 뒤늦게 뛰어든 대구·경북을 포함해 두 곳이 선정된 아픔을 안고 있다. 충북은 아직도 정치 논리에 따라 두 곳으로 나뉘어졌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마저도 오송은 바이오신약 개발 거점, 대구경북은 합성신약 개발 거점으로 나뉘어 육성하기로 역할분담이 됐다. 당시(2008년) 기준으로 합성신약시장이 84%로 바이오신약시장의 14%, 기타 2%를 압도했던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에서 대구·경북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럼에도 충북은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묵묵히 육성해왔다.
다행히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2010년 18%에서 2019년 29%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기준 30%(2870억 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생활을 제약하고 있는 코로나19사태를 맞아 그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5년~2019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생산액과 시장규모는 각각 6%, 8%의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2015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 15.7%를 기록하며 차세대 먹거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은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고, 기술무역수지는 적자다. 글로벌 수출시장점유율도 최근 증가 추세이기는 하나, 2019년 기준 0.67%로 매우 낮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국가별 비중을 봐도 미국이 40.5%, 유럽이 13.2%, 중국이 11.8%로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첨복단지 육성계획도 30년 중 겨우 12년이 지났을 뿐이다.
첨복단지 육성계획 30년은 정권이 여섯 번이나 바뀔 수 있을 정도로 장기간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지원,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육성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복투자도 염려되는 사항이다. 오송 생명과학단지, 대덕 연구개발특구, 원주 의료기기클러스터 시범단지 등 기존 의료산업단지와 중복을 피하면서 연계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첨복단지 육성계획에 지장을 주는 기능분산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