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코로나(2)
삼겹살과 코로나(2)
  •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 승인 2021.01.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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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책 한 권으로 단번에 삶의 방식이 변하지는 않지만, 물음표 하나를 얻을 수는 있다. 평소 채식하는 친구의 영양을 걱정한다며 잔소리했던 나의 태도가 성급했다고 인정하고 판단의 기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전주MBC에서 제작한 일련의 다큐멘터리다.

2014년 제작된 `육식의 반란'시리즈는 마블링의 음모, 분뇨 사슬, 팝콘 치킨의 고백이라는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며칠 전 정육점에 갔을 때 꽃등심 한 근의 가격이 7만2천 원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맛있다고 선호하는 부위라서 이렇게 비싸겠지만, 빨간 근육 사이로 하얀 실그물이 퍼져 있는 멋진 마블링이 만들어지기까지 소는 지방간을 넘어 간경화에 이르는 지경이 된다고 한다. 이런 마블링을 선호하는 일이 소에게도, 사람에게도, 지구에도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6년 제작된 `검은 삼겹살'시리즈는 금겹살의 비밀, 고기 혁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겹살은 100kg 돼지 한 마리에서 9kg 정도만 나오는 돼지의 뱃살 부위다. 살코기를 비싼 가격으로 수출하고 남아도는 비계를 처분하고자 시작된 삼겹살 마케팅은 너무 성공적이어서 이제 심각한 역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예전의 우리나라처럼 지방 덩이가 남아 돌아가 골칫거리인 나라들에 우리나라는 이상하고도 환상적인 신대륙 역할을 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경제, 환경, 위생의 모든 면에서 축산업의 균형이 위태롭다.

`저 후지 샀어요.'

후배에게서 온 문자다. 무엇을 샀다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없었는데, 대형 마트에 가서야 겨우 발견했다는 말에 빙그레 웃음이 난다. 우리가 거의 먹지 않는 돼지 뒷다리 고기는 창고에 쌓여서 수출될 날만 기다리다 2년이 지나면 폐기된다고 한다. 삼겹살만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돼지를 키워야 하고, 대규모 사육으로 인한 가축 분뇨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고 농촌에서 사람이 떠나가게 하고 가축의 질병이 증가하고 사람의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대적인 살처분을 해야 하는 이유가 저지방육 수출길이 막히지 않도록 청정지역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뒷다리 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의 경제와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후배는 기특하게도 바로 실천해 보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지난 한 해 동안의 급격한 사회 변화가 당황스럽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매일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게 된 것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또 우리의 식탁이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무엇을 먹느냐가 지구의 환경과 기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갈고리처럼 생긴 물음표 하나로 시작하여 또 하나를 엮고 또 다른 것을 엮어서 그물처럼 성장한 질문과 답들이 요즘 나를 채우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먹는 목삽겹을 한 번 정도는 다른 부위의 고기로 바꿔보고, 두세 번을 한두 번으로 줄일 수도 있겠다.

구워내는 것 말고도 다른 요리법도 시도해 봐야겠다. 비건이나 베지테리언이 되는 것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찾은 것이 `플렉시테리언'이다.

채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를 이르는 말이다. 확실한 채식주의자 한 명보다 채식 경향의 사람 열 명이 지구에 더 도움이 된다는 말에 약간의 역할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고기 없는 월요일'이란 운동에도 동참해볼 수 있겠다.

어떤 이는 좀 더 큰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이는 그보다 작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이지만, 나의 작은 실천은 나만 건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각자는 우리가 사는 공동의 마을 지구 곳곳에 연결되어 있으니까.

“모두 다 같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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