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르네상스를 돌아보며
이탈리안 르네상스를 돌아보며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21.01.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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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코로나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속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코로나 발생 후 우리나라의 의료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코로나에 관한 모든 정보는 신속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우수 방역 및 선진 의료 국가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질병 관리를 그렇게 허술하게 하고 있는지, 의료시스템이 약자 보호에 그렇게 취약한지를 알게 되었다.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우리는 우리를 비하한다.

약소국 주제에,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에, 중국(미국)에 거리를 두어서 미국(중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약소국의 살길이지. 정신적 미독립 국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뭐라고 할지.

이탈리아를 여행한 사람들은 유럽을 여행할 때 이탈리아를 먼저 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유럽 모든 문화재의 원형이 이탈리아에 다 있기 때문에 로마를 보고 다른 나라에 가면 김이 빠진다고 한다. 지금은 과거 로마 제국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코로나에 시달리고 있는 한물간 나라로 취급받고 있지만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자기 비하? 그런 정신질환은 없다.

이탈리아는 완전한 독립국이 된 지 사실 얼마 안 된다.

로마제국의 영광 이후로 1300년 가까이 이민족과 교회의 지배 아래 있었다. 서로마 제국이 무너진 이후 약 1300여 년간 이탈리아 반도는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국가로 쪼개져 분열하게 된다.

야만인들이 끊임없이 국경을 넘어 쳐들어와 약탈을 저질렀기에 이 시기를 암흑기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민족적 자존감과 사회적 악습은 사회 곳곳에 만연했으며 로마제국의 영화를 떠올리는 일 자체도 늙다리의 현실성 없는 회고에 불과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이탈리아는 기적과 같은 일을 해낸다. 유럽의 르네상스에서 정치, 경제, 문학, 예술, 과학, 학문의 중심지로 부활한 것이다. 전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자 향후 7~800년을 지배하는 문명과 문화의 근본 패러다임을 창안한 것이다. 그냥 이름만 나열해보자. 콜럼버스, 아메리고 베스푸치, 존 카봇(탐험가) 팔로삐오, 타타글리아, 갈릴레오, 토리첼리(과학자) 파두아 대학, 볼로냐대학, 피사대학(당시 유럽 학문의 중심지).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문학) 갈릴레오, 브루노, 피치노, 마키아벨리(철학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도나텔로, 프라 안젤리코, 프란체스카(화가), 플로렌스 성당, 베드로 성당, 템피오 말라테스티아노(건축물), 조반니 피에르루이지 다 팔레스트리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음악가). 아주 지극히 일부만 나열한 것이 이 정도이다. 이탈리아가 르네상스의 중심지라는 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1300여년 동안 독립국이 아니었던 좁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금부터 110여 년 전까지 우리는 독립국가였다.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후 36년간 일제 강점기 통치를 받았다.

1300 vs 36? 수치상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36년 동안의 강점기에 뭐가 달라졌기에 왜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를 비하하고 있을까? 엽전 주제에 이탈리아와 비교를 하는 건 무리일까?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아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이 없을까? 내가 보기에는 넘쳐난다. 우리 선조들 이탈리아에 비해서 못났을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Korea Renaissance가 못 일어날 이유가 없다. 안 될 이유가 없음에도 안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Korea Renaissance가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다음에 한 번 찾아보자.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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