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래의 힘
우리 노래의 힘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21.01.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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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변정순 수필가
변정순 수필가

 

코로나바이러스 역병으로 인하여 퇴근 후면 집에서 지내는 일이 당연해졌다.

지난해부터 전혀 다른 일상을 경험하며 너무 많은 것이 변하였고 무서운 변화에 적응하려니 어쩔 수 없는 개인화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 때문에 집안 구석구석 쓸고 닦는 일과 책을 읽다 나의 감정에 몰입해 노트에 이것저것 끄적이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러나 뭘 해도 만족스럽지 않고 시원치 않은 코로나 가시밭길 같은 나의 삶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하나 생겼다. TV에선 하루가 멀다시피 트로트 열풍으로 경연이 펼쳐진다.

언제는 K-팝이 난리더니 다시 트로트가 유행이다. 그러니 유행가라고 하지 않던가.

한국인보다 더 구성지게 부르는 외국인을 포함하여 현역가수 예비가수들이 어찌나 잘 부르는지 감미로운 목소리에 젖어보기도 하며 시원스레 뻗은 고음을 들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이들 노래는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찾아온 외로움에 대한 마음 처방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유년 시절, 안방에는 늘 옛날 노래책이 있었다.

`반짝이는 별빛 아래 소곤소곤 소곤대는 그날 밤~ 천 년을 두고 변치 말자고 댕기 풀어 맹세한 님아~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순정~ 모질게도 밟아놓고~~

그대는 지금 어디 단꿈을 꾸고 있나~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 탑아~.'

가족이 모이면 오락을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트로트 메들리를 쉽게 익혔고 흘러간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올 때면 노래책을 뒤적거려 따라 부르곤 했다.

어린 것이 숨이 넘어갈 듯 말 듯한 호흡으로 기교를 부리며 남인수 님의 히트곡?무너진 사랑탑?을 불러 아버지께 이쁨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쑥스러워 웃음이 난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나는 그들이 부르는 드라마 같은 노랫소리에 취해 감동하고 감탄하며 울고 웃는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연속극 주인공이 된 듯 빠져든다.

내게 천금 같은 옛 추억과 그리움을 꺼내주어 답답한 나를 위로해주다니 고맙기까지 하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나를 흔들어 놓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내 마음과 자주 교감하면 외로움도 즐거운 동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살면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트롯 프로에서 그들이 부른 옛 노래는 나의 옛것까지 들춰내어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었는데 나는 누구를 행복하게 해줬던 적이 있었나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익숙하지 않은 신조어를 앞세워 여러 모임과 문화공연에 인원 제한과 중단이 되어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현실은 좋음과 불편함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니 이 또한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 바람은 곧 사라지리라 본다. 아직은 어렵고 힘든 시대지만 다시 불어온 우리 노래를 듣고 신나게 부르며 힘든 일상을 헤쳐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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