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젊음 사이
나이듦과 젊음 사이
  •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 승인 2021.01.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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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요즈음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 갈등 등 다양한 갈등으로 서로를 배척하거나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가정에서는 자녀와의 갈등으로 부모와 자녀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학교에서의 갈등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 있는가 하면, 젊은 교사와 원로교사 사이의 갈등이 있고, 관리자와 평교사 및 젊은 교사들 사이의 갈등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이고, 민주화를 표현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회가 전혀 갈등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사회를 진정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갈등이 없는 사회를 이야기하면 전체주의 사회나 독재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갈등은 오히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합리적 틀 안에서의 갈등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를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라 하였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인정과 개방성이다. 만약 갈등이 이런 합리성의 틀을 벗어난 갈등이라면 이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서로를 배척하고 미워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갈등을 합리적 틀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합리적 틀 안에서의 갈등이라고 보기 어려운 갈등이 다수 존재한다. 갈등의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장을 보면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들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각자 자기들의 말만 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소통 자체를 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일방향적 소통이라도 있었다. 나이 듦이 곧 권위의 상징이었고 존경과 가치의 대상이었다. 이런 전통은 아직도 남아있다. 어떤 문제로 논쟁을 하거나 싸움을 하다 보면 으레껏 등장하는 게 나이다. 그러곤 곧바로 나이도 어린 것이 버릇없이 어른한테...이러면서 나이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한다. 우리 사회의 의식 속에 나이는 곧 권위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합리적 틀에서 벗어나 있고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식의 소통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요즈음의 상황은 어떠한가? 과거의 소통방식과 완전히 다른 소통방식이 지배적인 사회가 되었다.

가치의 중심이 나이 듦에서 젊음으로 옮겨졌고 나이 듦은 무가치함으로 변해 버렸다. 얼마 전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면 90년대 생, 즉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모두 꼰대이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이든 사람으로서 90년대 생들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소통과 탄력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옳은 것이다. 그렇다고 젊음만이 가치로움이고 나이 듦을 무가치함 내지는 꼰대적 사고로 몰아간다면 이 또한 일방향적 소통 아닌가.

과거, 나이라는 권위를 통해 일방향적 소통을 강요받았다면, 요즈음엔 젊음의 가치를 통한 일방향적 소통을 묵시적으로 강요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논어 위정편에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나이 듦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가치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치가 젊은이들의 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존중하고 본받으려는 마음이 우러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젊음은 나이 듦을 존중하고 나이 듦도 젊음을 존중하는 쌍방향의 소통. 그러기 위해선 나이든 사람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갈등을 넘어 소통으로 가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부터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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