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다
놓치다
  • 김정옥 수필가
  • 승인 2021.01.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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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정옥 수필가
김정옥 수필가

 

마흔아홉 살 신랑과 마흔여섯 살 신부의 결혼식이다.

요즘 시대가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이지만 늦어도 많이 늦었다. 알고 보니 둘은 놓쳤다가 다시 잡은 인연이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것을 놓친다. `놓치다'는 놓쳐서 아쉽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깔려 있다.

아이가 인파에 밀려 어미의 손을 놓치고, 다 잡았던 고기를 놓치고, 아까운 신랑감을 놓치기도 한다. 경찰이 잡았던 범인을 놓치고, 수술할 시기를 놓치고, 취업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우리가 살면서 하나같이 놓쳐 애달파하는 것들이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 사람은 잃은 것을 아쉬워하며 현재 가지고 있는 것보다 먼저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고기는 잡았다 놓친 고기라는 우스개가 있겠는가.

내가 살면서 놓친 것은 무엇일까.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일부러 놓아버린 것은 없었을까. 놓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어떤 것일까.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내버스를 타려고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내가 미처 정류장에 닿기도 전에 버스가 먼저 도착했다. 그러더니 부릉부릉 소리를 매달고 마른 흙먼지 회오리를 일으키며 막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아, 놓쳤네' 조금만 일찍 나올 걸. 이미 떠난 버스는 미련 없이 보내버리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정말로 놓친 것은 다시 오지 못하는 수많은 기회였다.

내게 찾아온 기회들. 재테크할 타이밍을 놓치고, 승진할 때를 놓치고, 배울 찬스를 놓쳤다.

돌이켜 보니 놓친 것들이 새삼 더 아쉽다.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가장 귀한 것을 놓치고 회한하는 것이 있다. 내게 찾아온 소중한 생명을 사는 게 힘들어서, 철이 없어서, 생각이 짧아서 놓아 버렸다.

놓친 것보다 더 한스럽고 죄스럽다. 그리고 부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한 어머니께 효도할 기회를 놓쳐버린 수많은 시간이 가슴속에 파고들어 아리듯 아프다.

우리는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모두 놓친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놓친 많은 것들은 보고 듣고 부딪치며 느낀 순간순간의 행복이 아니었을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정신이나 끝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를 지탱하게 하는 가족의 사랑과 친지의 가슴 따뜻한 정이 담긴 소중한 기억도 놓치지 말아야 하리라.

놓친 것을 다시 잡아봐야 놓친 것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신랑 신부는 다른 부부보다 훨씬 더 놓친 부분의 소중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몸으로 터득한 소중함과 귀한 것을 다시는 놓치지 않게 서로 조심할 터이다. 그들이 살면서 순간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 년이나 되었다. 하루하루의 평범한 일상을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놓치고도 놓친 줄도 몰랐던 행복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내가 살면서 놓친 것들을 끄집어내어 들여다보니 새삼스레 후회가 밀려온다. `그러지 말 걸. 더 잘할 걸. 더 사랑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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