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한파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1.01.20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북극한파라 했다. 이번 추위에 우리 지역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며칠 이어졌었다. 호수도 한강도 결빙되었으며 바닷물까지 얼어붙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수돗물과 계량기가 얼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는 안내방송을 매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많은데 여러 날 이어지는 한파는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일 년 동안 모두가 참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평소 같으면 지인들과 여행을 다니고 형제들이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던 소소한 일상들도 멈추어야 했다. 이제나저제나 좋아질 날을 기다리며 피붙이들 보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그저 견뎌내는 중이다.

견뎌낸다는 말을 하자니 구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에 견줄 수 있을까 싶다.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계시는데 지난봄과 이번 겨울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아져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갈 때는 수시로 드나들던 자식들도 어머니의 만류로 발걸음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노모의 안위가 걱정되어 찾아뵈면 반가워하시면서도 `왜, 왔느냐'는 말씀을 연거푸 하신다.

마을에는 거의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이 홀로, 아니면 두 분이 살고 계신다. 모두가 풋풋한 새댁시절부터 이웃하며, 자식들 낳아 키우고 농사지으며 한세상을 건너오신 분들이다. 허리, 다리가 성치 못하고 한두 가지 지병이 있어도 자식들 곁으로 가지 않고 고향을 지키시는 분들이다. 경로당에 모여 자식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접하고 식사도 같이하며 젊은 시절을 되작이며 심심찮게 지내오셨다.

경로당 문은 이미 지난 봄부터 굳게 닫혔다. 눈만 뜨면 TV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접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각자 집안에 머물러 계신다.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자식일지라도 혹여 바이러스 불씨를 몰고 올까 싶어 `괜찮다',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시며 어머니들은 외롭고 긴 겨울을 견디고 계신다. 북극한파까지 덮쳤으니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이다. 찬거리를 준비해 뵈러 가면 마을에 다른 자식들도 다들 부모들의 성화에 왕래를 않는다 하시며 마음 놓고 반가워하지 못하신다.

좀처럼 물러가지 않을 것 같던 한파도 조금 누그러졌다. 거리두기는 아직 그대로이지만 기온이 좀 오르니 산책길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들 나와 걷기에 여념이 없다. 집 근처 가게들도 문을 열고 있지만 손님들이 들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늘 북적대던 식당도 주차장이 텅 비어 있고 현관 양편으로 넓은 홀이 두 칸 있는데 한쪽 홀에만 불빛이 보이고 손님은 없는듯하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북극 한파보다 더 매서운 겨울을 어찌 견디는지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희망을 꿈꿔본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이 찬란하게 아름답듯이 많은 의료진들이 묵묵히 치료에 힘쓰고 미흡하나마 백신이나 치료제 소식도 들려온다. 대부분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던히 잘하고 있으니 희망의 봄날을 위해 오늘도 불편함을 감수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