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고집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01.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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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두 친구의 언성이 높아져 갔다. 그 까닭은 저마다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였다. 그런데 왜 그들은 고집을 부리는 걸까 거기에 묘한 것이 있는 듯했다. 꽤 오래전 일이었다. 그 시절에는 한 지붕 아래 집주인과 여러 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사는 집이 흔히 있었다. 주성이가 사는 집에도 또 한집이 함께 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 홀로 사는 집이 되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사촌 같은 이웃이었다. 그들이 그 집에 그만큼 오래 살아온 덕택에 그들의 고집 또한 고목처럼 커져만 갔다. 어찌 보면 그녀를 세입자로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그 집엔 마당 한가운데 수도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파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주성은 그녀에게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놓을 것을 주문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듣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주성은 혹시라도 염려가 되어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놓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고 보면 어느새 잠겨 있었다. 수도를 잠근 사람은 그녀였다. 두 사람은 열고 잠그기를 되풀이하며 반복하였다. 마치 주성에게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후 그녀와 마주친 주성은 화가 섞인 목소리로 수도가 얼면 어쩔 것이냐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녀는 이깟 추위에 수도가 얼겠냐고 대꾸하였다. 마치 하찮은 말투로 들리는 듯했다. 설마 그녀가 다른 속뜻이 있어 어깃장을 놓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가 밤늦게까지 수도를 사용하는 탓에 수도의 운명은 그녀의 손에 달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아침 수도가 얼어붙은 것이었다. 주성은 그녀가 무척 원망스러웠다.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수도를 녹이기 위해 한 바탕 소동을 피워야 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주성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을 그녀로부터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이런 일로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볼 일도 아니었는데 어찌 자신의 고집대로 하려고 했는지 그럴만한 이유가 없어 보여서였다. 어찌 보면 고집이라는 것이 왠지 야릇하고 애매한 구석이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리석을 수도 있고 때론 현명했다고 판단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서였다. 만약 수도가 얼지 않았다면 그녀의 고집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무조건 부정일 수도 없고 긍정일 수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튼, 두 사람은 늘상 주성은 주성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그 누가 옳든 간에 자신들의 고집대로 살아갔다.

사람의 몸속에는 고집이 산다. 고집이란 무엇일까 그 정체성은 다양한 면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고집에는 스스로 존재에 대한 강한 지배력을 엿볼 수 있어서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고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고집을 세우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그래서 그로 인해 큰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고집에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한번 쯤 신중하게 고려해 보는 것 또한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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