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체력
마녀 체력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1.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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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2021년 새해가 되었다. 만남이 중지된 혼란 속의 202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희망의 해가 떠오른 2021년 새해가 되었음에도 나이 탓인지,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인한 우울감 때문인지 싱숭생숭하다.

새해가 되면 늘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올해는 어쩌다 보니 새해다.

지금이라도 희망을 다짐해보자는 마음으로 새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기로 했다. 엄마가 뭐 하는지 궁금한 딸아이도 함께 끄적거린다. 딸아이가 무엇을 적나 슬쩍 살펴보니, 2위에 `마스크 쓰지 않기'가 적혀 있다. 마스크 안 쓰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시절이 그립고,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현실이 슬프다.

올해 버킷리스트는 무엇으로 정해볼까 고민하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기 전 마스크 안 쓰고 편하게 숨 쉬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여기저기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2019년. 그때가 꿈만 같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책 모임에서 통영 문학 기행을 갔었다. 박경리 문학관을 중심으로 통영의 문학과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보고자 갔던 문학 기행에서 들렀던 작은 서점이 기억에 남는다. 바닷가 마을 어귀에 예쁜 서점이 있었다. 크기는 서너 명만 들어가도 꽉 찰 듯이 아담했고, 곳곳에 책방지기의 북큐레이션이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통영을 오가는 관광객, 지역의 주민이 들러 문학의 향기를 나누는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 중 그 당시 책방지기 추천도서였던 `마녀 체력'(이영미 지음·남해의 봄날)을 만났다.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의 부제를 가진 책. 나이가 들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너무 피곤해도 푹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던 20~30대와 다른 몸을 갖게 되는 40대.

앉았다 일어설 때도 `아이고'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나이. 어깨를 돌리면 삐거덕 뼈 움직이는 소리가 나는 몸으로 변하는 나이.

무엇보다 건강검진결과표에서 `경계', `주의'의 성적표를 마주하며 화들짝 놀란 것이 건강에 관심을 두게 된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건강에 큰 이상신호가 없음에 감사하며, 건강할 때 더 건강을 챙겨보리라 다짐해보며 책을 다시 읽어본다.

이영미 작가는 키가 작고 마른 편에다 타고난 저질 체력이었다고 한다. 의욕은 강했지만 몸이 미쳐 따라주질 못해 웬만하면 움직이는 일은 피하는 편이었다. 책을 만드는 에디터로,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으로 살다가, 마흔 살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수영을 배웠으며, 마라톤 풀코스를 7번 완주했다. 오히려 마흔을 넘기면서 인생의 절정기를 맛보았고, 아직도 맨 꼭대기까지 도달하지 않은 느낌이라 한다. 다 체력이 받쳐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운동의 매력에 빠져 건강한 몸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2021년 올해는 마녀 체력을 키워보자는 계획을 세워본다. 새해 다짐만 하고 늘 끝까지 실천하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성공하고 싶다. 연말엔 강해진 체력을 갖고 있기를 기대하면서. 운동은 하는 순간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멋진 보상을 해준다. 올해도 작년처럼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해야 한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집콕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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