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정인아 미안해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1.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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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하루는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쳐왔다.

입술을 다쳤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많이 미안하셨는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시며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셨다.

선생님의 진심을 마음으로 전해 듣고 왔지만, 둘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가뜩이나 돌도 되기 전에 보낸 둘째는 20개월이 됐음에도 엄마, 아빠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말이 몇 개 없는데 다쳤을 때 선생님 품에 안겨 울기만 했을 뿐, 이 어린 생명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그래도 한없이 밝은 모습으로 잘 놀다가 잠이 든 아이를 보며 드는 여러 가지 생각에 복잡한 마음에 얹히는 또 다른 얼굴 하나. 요새 많은 이들의 마음에 무겁게 내려앉은 정인이 얼굴이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정말 마음 깊게 분노한다. 그들은 과연 정말 정인이에게 조금이라도 부모였을까?

나는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몸이 이상한 것 같으면 마음부터 내려앉는다.

그런데 정인이가 그렇게 응급실에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게끔 만들었으면서 지금까지도 온전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한 그들 스스로 부모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 않은지, 새삼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차라리 파양을 했으면 정인이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아이를 괴롭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화를 넘어선 절망감이 차오른다.

정인이와 비슷한 개월 수의 우리 둘째는 나의 까꿍 한 번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16개월이란 그런 개월 수이다. 별거 아닌 거에도 그 아름다운 웃음을 마음껏 보여주는 그런 개월 수. 그래야만 하는 개월 수에 웃음을 잃어버리고 엄청난 고통에도 엄마 품도 아닌 어린이집 선생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정인이.

그 작은 생명체를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갑자기 노래 한 소절이 정인이를 털어내지 못해 무겁게 쳐져 있던 마음 한구석을 무섭게 뚫고 지나갔다.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며 살텐가“

누가 허락했을까. 정인이의 죽음을. 누가 허락했을까. 그들의 뻔뻔함을.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정인이의 죽음에 책임을 제대로 지게 하기 위하여 분노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

우리의 분노가 그리고 슬픔이 헛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인아 미안해, 그곳에선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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