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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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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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눈치만 살피자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주가로수길 명소화 사업'이 또다시 수정되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는 소식이다. 가로수길은 민선1기 김현수 시장 재임 중 입안하여 다음 나기정 시장 때 8차로로 확대 실시설계를 완료하였는데, 3기 한대수 시장 재임 중 이를 수정하여 기존 4차선 도로를 공원(녹지)으로 하고 좌우에 각각 4차선을 신설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4기 남상우 시장 취임 이후 또다시 설계변경을 한다는 것이다.

민선시장 출범 이후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가로수길 사업에 대하여 비난여론이 분분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욱 공사 진행이 이미 30%나 진척된 사업을 바꾸기로 한데 대하여 의도성 있는 여론조사라거나 설계변경에 따르는 용역비 등 비용추가로 인한 예산낭비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 시장의 그간의 시정스타일을 보면 섣불리 예산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다. 특히 환경단체, 전문가그룹의 반대가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설계변경을 하도록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편, 김재욱 청원군수는 전임 오효진 군수 재임 중 추진했던 오창 호수공원 개발사업에 대하여 주민반대를 이유로 내세워 불허함으로써 개발사업자와 마찰을 빚고 있다. 호수공원 개발은 민간업자 제안으로 2005부터 추진됐으나 입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취임한 김재욱 군수는 사업 재검토와 함께 공원 기능을 강화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혀 백지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충북도가 지난 1일 개발업자인 (주)재원이 청구한 행정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림으로써 다시 불거진 것이다.

'공원설치에 따른 민간투자자 공모내용 공고'를 통해 민자사업기관을 선정한 군이, 군정위원회와 군의회의 심의를 통과한 사안에 대해 번복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실추시키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청원군의 불허결정 판단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로수길이나 호수공원 사업계획 변경이 타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논하기에 앞서 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왜, 당초에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졸속행정이라는 말 한마디로 넘기기에는 그 후유증이 크다. 예산낭비 정도가 아니다.

더욱 이러한 사업을 결정할 때에는 거의 예외 없이 전문기관이나 대학 등 연구용역을 거치는 것이 당연한 코스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용역이라는 것도 바뀐 발주자, 바뀐 단체장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을 보면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지 싶고, 그저 입막음용 요식행위로 여겨진다. 연구용역과 비슷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인데, 이 또한 발주자의 입맛에 따라 춤을 추는 것임은 익히 다 알려진 일이다. 문제는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단체장의 과욕에서 빚어진다. 단체장의 독선과 담당공무원의 무소신이 빚어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주민에게 물어보면 된다. 주인인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정확하게 파악하면 이러한 실수를 거듭할 리가 만무하다. 물론 주인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거나,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듣는 것이라면 하나마나지만. 민선 이후 공직사회에서는 줄서기, 눈치보기 하지 않을 공무원이 있겠느냐고 한다. 상당부분 그러할 것이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단체장이라도 부하직원이 소신을 가지고 문제를 가려 방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장 면전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 조직이라면 단체장이나 참모 중 누군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 그러니 앞으로는 오로지 주인 눈치만 살피며 편하게 살자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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