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21.01.13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독립국가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너무 생뚱맞다고? 정치적으로 우리나라는 명백히 독립국가이다. 그러나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인가?'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외세 의존성은 문제다. 문제는 숨어 있으면 문제인지 모른다. 문제를 드러내야 극복 가능성이 생긴다. 소·부·장 사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이 그걸 무기로 삼기 전까지 우리 경제가 그렇게 일본(외세) 의존적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돈을 벌면 벌수록 일본을 부자 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무기화되자 소·부·장 자급 전략으로 그 분야에 있어서는 경제적 독립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숨어 있는 외세(일본) 의존의 사례나 정도는 얼마나 될까?

사스마와리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건 언론계 은어이다. 어감에서 척 느껴지는 것처럼 일본말이다. 사스마와리는 경찰서를 순회한다는 뜻에서 찰회(察廻)라고 한다. 초임 기자가 경찰청 출입처 기자가 되기 위해 거치는 혹독한 훈련과정이다. 이런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기자 취급을 못 받는다. 거치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행세하는 기자가 된다. 출입기자단의 독점적 권한이 이런 문화로부터 생긴다. 이 관행은 일본의 기자 구락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언론이 처음 생겼을 때 훈련을 한 사람들이 일본인이었고 그 관행은 지금까지도 이어 내려오고 있다. 이걸 없앨 수 있을까? 아주 어렵다.

교육계는 어떨까? 요즘도 학교 운동장에 가면 연단이 있다. 교장 선생님이 훈화를 하는 곳이다. 그건 구령대라고도 한다. 일제의 산물이다. 대학에서의 사범대? 이것도 일본 교육제도에서 받아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교원 양성제도이다. 공교육이 망가지고 학령인구가 줄어든 지금 교원양성 기관으로서의 사범대의 존립에 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사범대를 없앨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학문의 독자성? 외국 이론 퍼 나르기 바쁘다.

법조계는? 우리나라 법률용어는 웬만한 지식수준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언어구조가 비슷하고 한자를 공용하는 일본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서 근대화되었다. 그래서 일본이 서구법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성한 법률용어와 기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한글 교육만 받아서는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세종대왕께서 진노(震怒)할 일이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부는 조선을 압제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인권을 유린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식민지의 검·경에 부여한다. 단순 기소만이 아니라 급한 경우 먼저 체포하여 수사도 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과 검찰에 준 것이다. 이렇게 부여된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이 서로 싸워 결국 검찰이 갖게 됨으로써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는 절대권력 기관이 탄생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뺏을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독립국가이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드리운 일본의 그림자를 보면 실질적인 완전한 독립이 이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제도와 조직 문화에 뿌리내리고 있는 왜색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명실상부한 독립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외세에 의한 광복에서 명실상부한 자주독립을 쟁취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말은 맞는 말이다. 외세의 제도나 조직의 문화를 체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실질적인 자주 독립국가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방탄소년단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se On)'이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후렴구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어 가사로 작곡된 노래다. 외세 의존적인 제도와 조직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어른들이 새롭게 새겨들어야 할 소식이다.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