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변해야 산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1.13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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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고인 물은 썩는다.

생각도 고이면 썩는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은 썩는 줄 알면서도 생각이 멈추면 퇴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코로나19 탓에 우리는 언택트 세상을 만났다.

일상은 멈췄지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집 안이 강의실이 되고 교실이 되고 집무실이 되었다.

변한 시대에 맞춰 충청권 교육감들은 올해 신년 화두를 미래 교육으로 정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을 선정했다.

김 교육감은 신년사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며 “포스트코로나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면서 오히려 코로나로 촉발된 새로운 미래 교육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역량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고 함께 성장하는 주도성에 있다”며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학생 주도성을 키우는 학습 안전망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인공지능 중심의 교육 서비스 기반 마련과 충남형 미래교육 통합 플랫폼 구축을 내세웠고, 설동호 대전시 교육감은 미래를 선도하는 교육혁신을 이루기 위해 미래 역량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역시 원격수업을 지원하는 공공플랫폼 운영, 미래형 스마트교실 조성 등으로 미래교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학 입시의 변화없이 미래교육을 논한다는 점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PISA 2018 자료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의 우리나라 학생의 읽기는 514점으로 2~7위(OECD 평균 487점), 수학은 526점으로 1~4위( 〃 489점), 과학은 519점으로 3~5위(〃 489점)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 37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최상위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2점으로 OECD 회원국을 포함해 전체 조사대상 71개국 중 65위로 최하위권에 그쳤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지만 목표에 대한 성취동기 수준은 매우 높았다. `무엇을 하든지 최고가 되고 싶다'는 응답 비율은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 80%인 반면 OECD 국가 평균은 65%였다. 또한 `학급 내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 중 한 명이고 싶다'는 응답 비율은 OECD 평균 (59%) 보다 높은 82%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육 목표가 대학 입시에 맞춰진 지 오래다.

대학 간판과 성적만을 좇는 교실에서 학생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경쟁자를 이기는 것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흙수저, 금수저, 개천용, 원래 용, 개천의 가재 등으로 계급이 형성됐는데도 정부는 기회의 균등을 외친다. 부모 찬스, 조부모 찬스로 무임승차를 해도 정치권은 공정한 사회를 강조한다.

남보다 빨리, 앞에, 많이, 위에 있어야 성공한 삶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다.

스마트 기기로 수업을 듣고 강의를 하고 회의를 한다고 해서 미래교육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고,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고인 생각이다. 손에 쥔 힘을 앞세워 추진하는 정책을 공론화 과정 없이 바꾸는 것이 혁신이라고 믿는 생각을 버려야 교육의 미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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