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스럽다
공무원스럽다
  • 김미수 청주시립도서관장
  • 승인 2021.01.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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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미수 청주시립도서관장
김미수 청주시립도서관장

 

“그 사람 참 공무원스럽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실제 쓰였던 표현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고리오 영감'이라는 소설로 더 유명한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오노레 드 발자크)가 쓴 `공무원 생리학'이라는 책에서 그는 공무원을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라고 했으며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을 다듬는 일 등을 하다 보면 오후 4시 반이 된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고 한다.

사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이런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주말도 반납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돌며 일상 속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일도, 재난지원금을 빠른 시일 내에 신청 받고, 원활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신청 요일제를 적용해 일사불란하게 배부를 한 것도, 지난해 초 신천지발 감염으로 시작된 대규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각 종교시설을 단속하고 유흥업소와 상점들을 돌며 단속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생필품 수급은 물론 그들의 위험한 일탈을 막기 위해 매일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것도, 그리고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열감지 카메라 근무와 해외 유입자들의 임시거주시설에서의 비상근무를 하는 것도 모두가 공무원이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보건소 공무원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공무원들이 더 힘든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다.

모든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이 지금 얼마나 위기에 몰려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을 단속할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사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고,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세상을 코로나 때문에 몇 년 조금 더 일찍 만나게 된 것뿐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지금 우리는 무서운 변화의 속도 속에서 전대미문의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우리 삶을 흔들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어야만 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창의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추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하여 노력중이다.

기성세대는 물론 자라나는 지금의 아이들이 예측불허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능력!

그 힘을 기르는 데에는 책읽기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주시 13개 도서관은 대면이 어려운 이 시기에 비대면 독서 지원 서비스로 전환하고,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홈 라이브러리 개념을 도입하여 적극 서비스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위험한 가운데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사람들!

평범한 일꾼들인 공무원들이 남다른 사명감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여기 우울한 도시에 조금씩 희망을 채워가고 있다.

이제는 공무원스럽다! 라는 표현이 부정의 아이콘에서 긍정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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