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의 동네 의원들
폐업 위기의 동네 의원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1.11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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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많은 업종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있지만 의료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호흡기 계통의 환자를 돌보는 이비인후과,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소아과 등 동네 병의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네 의원들이 경영난을 겪는 이유는 물론 내원 환자 수가 급감한 탓이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감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 수를 크게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면서 청결한 실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기 등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3월말~7월말 국민 의료 이용행태'분석 결과 감기, 인플루엔자, 폐렴 등 호흡기 감염으로 인해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 수는 절반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 3월말~7월말의 호흡기 환자 수는 1670만명 이었으나 2020년 같은 기간의 환자 수는 803만명으로 51.9%가 감소했다.

질환별로는 보통 감기라고 불리는 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는 985만3000명에서 407만3000명으로 50.4%,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79만1000명에서 1만6000명으로 98%나 급감했다. 폐렴 환자 수도 65만9000명에서 25만2000명으로 60.9%로 감소했다.

코로나19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비호흡기계 질환 환자 수도 크게 감소했다. 근골격계 질환 환자 수는 5.9%,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10.7% 감소했다. 코로나19의 감염을 우려한 환자들이 병의원 방문을 꺼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동병원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아동협회가 전국 68개 회원 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인 2020년 3월 매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봤는데 절반 정도가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동네 소아과 의원들은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직원들의 인건비는커녕 장비 리스료도 못내 병원 유지를 걱정하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저출산 기조로 `주고객'인 어린이 환자들이 급감하면서 코로나19의 여파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한 곳당 월 급여 매출은 2155만원으로 전년 동기 3100만원 보다 43.9%나 감소했다. 이비인후과 의원들의 매출도 2019년 상반기 5003만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4119만원으로 21.5%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곳곳에서 문을 닫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내원 환자 수 급감으로 고정 인건비와 장비비,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동네 의원들 사이에서 특히 폐업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한의사협회가 개원의 18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0명 중 8명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기간을 `1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1년이 넘게 되면 80%가 병원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감염병과의 전장의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들은 사회적 공공재다. 그런 의원들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보건의료 인력의 일자리까지 사라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원장님'들의 수난. 어떻게든 살아남도록 하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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